2001년 이후 최악…성장잠재력 악화 우려

국내 설비 및 건설 투자 증가율이 올해 들어 9월까지 사실상 '제로(0)' 상태에 빠져 성장 잠재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설비ㆍ건설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에 그쳐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간 증가율이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작년 1~9월에는 증가율이 4.4%였다.

올해 1~9월 중 설비투자 증가율은 2.3%에 그쳐 전년 동기(8.0%)보다 크게 둔화됐다. 건설투자는 1.1% 감소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액도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33.4%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2003년 3월(46.6%) 이후 최대다. 또 민간 제조업의 국내 기계 수주액은 53.3% 감소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7년 6월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9월 건설 수주액도 작년 9월에 비해 40.4% 감소했다. 공공 부문은 투자액이 다소 증가했지만 민간 부문이 59.9%나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내 기계 수주액이나 건설 수주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실제로 설비 및 건설 투자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실제 투자에 영향을 주는 시점은 몇 개월 후일 수도 있고 몇 년 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투자가 위축된 것은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경영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규제 등 제도적 측면과 경기 침체,기업가정신의 약화 등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마저 나빠지면 내수경기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장기적으로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 2~3%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