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본확충 필요한데 증자 힘들어…現제도와 병행 검토

금융당국은 내년 4월부터 보험업계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리스크기준 자기자본 규제제도(RBC)'를 사실상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보험사들이 RBC가 시행되면 지급여력비율이 지금보다 20%포인트가량 떨어져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는데,현재 상황에선 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RBC제도 병행 시행 검토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RBC 도입으로 보험사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악영향을 받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17일 밝혔다.

RBC는 2007년에도 한 차례 연기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또다시 늦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지급여력비율 제도와 RBC를 1~2년간 병행하는 방안 △RBC 위험계수를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등을 따져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RBC 적용시기 등을 규정할 보험업 감독규정을 확정하고 12월 금융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보험사 재정건전성 급격 악화


금융당국이 RBC제도 시행연기 등을 검토하는 이유는 보험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악화된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9월 말 184.4%로 6개월 전보다 무려 52.7%포인트나 떨어졌다. 주가하락과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 악화로 인해 장기보유 유가증권(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이 크게 감소(3조6000억원)한 것이 주원인이다. 손해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도 260.5%로 같은 기간 28.2%포인트 하락했다.

생보사의 2008회계연도 상반기(3~9월) 순이익도 7474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45.7% 줄었고 손보사는 1조109억원으로 0.77% 감소했다. 생보사는 15개사가 흑자를 냈지만 7개사는 적자를 냈고 손보사는 22개사가 흑자를,5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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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RBC(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isk Based Capital)

보험사가 안고 있는 각종 위험(보험，금리，시장，신용，운영리스크)을 정밀히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갖도록 요구하는 제도로 현행 지급여력비율 제도를 대체할 예정이었다. 현행 지급여력비율 제도는 자산운용리스크와 보험리스크를 산출한 뒤 자기자본을 확보토록 요구하는 반면 RBC는 각 자산과 부채별 특성을 체계적으로 계산해 그만큼의 자기자본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