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수시 2-2 전형에서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논란과 관련,17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던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시기를 대입 전형이 모두 마무리되는 내년 2월로 연기했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고려대를 포함해 다른 대학에서 발생하는 모든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 내년 2월 윤리위원회를 개최,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전형이 진행중인데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 대입 전형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문제가 있다면 즉시 바로 잡아야 하는데 전형이 모두 마무리된 뒤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교협 관계자는 "할말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교협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학자율화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입시 업무를 넘겨받아 그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일각에서 대교협을 '제2의 교과부'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대학 자율화는 대교협 창립때부터 우리의 이념이었고 그동안 정부에 줄곧 요구해온 사항"이라며 "새 정부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준 것은 대학 발전을 위해 대단히 획기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교수출신으로 첫 사무총장에 오른 박종렬 사무총장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교협의 입시 기본계획안을 어겨 회원의 명예를 훼손한 대학은 이사회 의결에 따라 제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교협이 그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는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제때 밝히지 못한 데 대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학의 입학전형이 모두 끝난 뒤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수험생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번 논란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교협은 이제 더이상 대학 총장들의 친목모임이 아니다. 교과부의 입시업무라는 중대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준행정기관이다. 해야 할 일을 외면한다면 모처럼 주어진 대학자율을 스스로 차버리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것을 대교협이 명심했으면 한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