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 위기 보험사로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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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금보증보험 최대 4000억원 부실 노출
C&중공업 등 중소 조선회사에 선수금 보증보험(RG보험)을 판매한 보험회사들이 최대 4000억원가량의 잠재 부실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조선사가 대거 구조조정될 경우 보험회사들이 선수금의 상당 부분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17일 조선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보험회사들이 중소 조선사에 판매한 RG보험의 규모는 1조원가량이다. RG보험은 조선회사가 선박을 정상적으로 건조할 수 없는 경우 보험회사가 대신 선주들에게 선수금을 되돌려주기로 약속한 금융상품이다. 업체별로는 메리츠화재가 C&중공업을 포함한 중소 조선사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RG보험을 팔아 가장 많고 한화손해보험 흥국쌍용화재 등도 1000억원 이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회사들은 일반적으로 보험 금액의 80%가량을 재보험에 가입,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나머지 20%는 회사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1조원가량의 RG보험 가운데 2000억원 정도가 보험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보험사 중 상당수가 최근 보험 브로커로부터 '재보험 사기'를 당했다는 것.서울지검은 이달 초 해외 유명 재보험사에 보험을 들어준다고 국내 보험사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지명도가 낮은 재보험사에 가입하게 한 보험 브로커를 구속 기소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지극히 낮거나 아예 신용등급을 받지 못한 재보험사에 가입하는 바람에 일부 보험회사들이 제대로 재보험금을 타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며 "RG보험 관련 재보험 중에서도 약 2000억원은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RG보험 금액 가운데 4000억원가량을 중소 조선사의 회생 여부에 따라 보험회사가 떠안을 위기에 몰린 셈이다.
조선회사는 선주(船主)와 선박 발주 계약을 맺은 뒤 금융회사로부터 '선수금 환급보증(RGㆍRefund Guarantee)'을 받아야 선수금을 타낼 수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주로 수출입은행이나 시중은행으로부터 RG를 받았다. 그러나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 조선사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충분한 RG를 받지 못하거나 문전박대 당했다.
중소 조선사들이 보험회사를 찾아 은행의 RG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RG보험'에 가입한 이유다.
중소 조선사가 선박 건조에 실패하면 보험회사는 일단 선주에게 선수금을 지불한 뒤 재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다. 문제는 이렇게 하더라도 손실을 100% 만회할 수 없다는 것.별도로 해당 조선사에 구상권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얼마나 회수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회사들은 중소 조선사로부터 선박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다른 조선소에서 위탁 건조하는 방안까지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는 은행에서 RG를 받더라도 RG보험을 통해 이중으로 보증을 받아야 했다"며 "거의 모든 중소 조선사가 RG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소 조선사가 정상적으로 경영하면 문제가 없지만 현재 상황은 여러 모로 부정적이다. 글로벌 금융 경색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높은 후판 가격 등으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10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도 위기를 증폭시킨 요인이다. 중소 조선사의 주력 선박이 바로 벌크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중공업은 이미 지난 8월부터 건조 작업을 중단했고 적지 않은 다른 조선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몰려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남해안 일대에 난립한 중소 조선사 중 상당수는 이미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의 선박 건조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재보험과 구상권 청구 등으로 상당 부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며 "RG보험이 대형 보험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현석/안재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C&중공업 등 중소 조선회사에 선수금 보증보험(RG보험)을 판매한 보험회사들이 최대 4000억원가량의 잠재 부실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조선사가 대거 구조조정될 경우 보험회사들이 선수금의 상당 부분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17일 조선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보험회사들이 중소 조선사에 판매한 RG보험의 규모는 1조원가량이다. RG보험은 조선회사가 선박을 정상적으로 건조할 수 없는 경우 보험회사가 대신 선주들에게 선수금을 되돌려주기로 약속한 금융상품이다. 업체별로는 메리츠화재가 C&중공업을 포함한 중소 조선사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RG보험을 팔아 가장 많고 한화손해보험 흥국쌍용화재 등도 1000억원 이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회사들은 일반적으로 보험 금액의 80%가량을 재보험에 가입,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나머지 20%는 회사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1조원가량의 RG보험 가운데 2000억원 정도가 보험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보험사 중 상당수가 최근 보험 브로커로부터 '재보험 사기'를 당했다는 것.서울지검은 이달 초 해외 유명 재보험사에 보험을 들어준다고 국내 보험사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지명도가 낮은 재보험사에 가입하게 한 보험 브로커를 구속 기소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지극히 낮거나 아예 신용등급을 받지 못한 재보험사에 가입하는 바람에 일부 보험회사들이 제대로 재보험금을 타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며 "RG보험 관련 재보험 중에서도 약 2000억원은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RG보험 금액 가운데 4000억원가량을 중소 조선사의 회생 여부에 따라 보험회사가 떠안을 위기에 몰린 셈이다.
조선회사는 선주(船主)와 선박 발주 계약을 맺은 뒤 금융회사로부터 '선수금 환급보증(RGㆍRefund Guarantee)'을 받아야 선수금을 타낼 수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주로 수출입은행이나 시중은행으로부터 RG를 받았다. 그러나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 조선사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충분한 RG를 받지 못하거나 문전박대 당했다.
중소 조선사들이 보험회사를 찾아 은행의 RG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RG보험'에 가입한 이유다.
중소 조선사가 선박 건조에 실패하면 보험회사는 일단 선주에게 선수금을 지불한 뒤 재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다. 문제는 이렇게 하더라도 손실을 100% 만회할 수 없다는 것.별도로 해당 조선사에 구상권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얼마나 회수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회사들은 중소 조선사로부터 선박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다른 조선소에서 위탁 건조하는 방안까지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는 은행에서 RG를 받더라도 RG보험을 통해 이중으로 보증을 받아야 했다"며 "거의 모든 중소 조선사가 RG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소 조선사가 정상적으로 경영하면 문제가 없지만 현재 상황은 여러 모로 부정적이다. 글로벌 금융 경색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높은 후판 가격 등으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10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도 위기를 증폭시킨 요인이다. 중소 조선사의 주력 선박이 바로 벌크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중공업은 이미 지난 8월부터 건조 작업을 중단했고 적지 않은 다른 조선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몰려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남해안 일대에 난립한 중소 조선사 중 상당수는 이미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의 선박 건조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재보험과 구상권 청구 등으로 상당 부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며 "RG보험이 대형 보험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현석/안재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