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7년 만에 경기침체(recession) 국면에 진입했다. 미국도 물가가 59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경기는 침체상태인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세계 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 내각부는 17일 지난 3분기(7~9월) 실질 경제성장률이 연율로 ―0.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3.7%였다. 일본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미국의 IT(정보기술) 거품 붕괴로 성장률이 뒷걸음질쳤던 2001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이후 약 7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면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진단한다.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세계 경기 후퇴로 기업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1.7% 감소했다. 개인소비와 수출은 각각 0.3%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담당상은 "일본 경제가 경기후퇴에 진입했다"며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연동돼 있다"며 "일본은 깊은 경기후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타 교헤이 바클레이즈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디플레이션 양상이 뚜렷하다. 블룸버그통신의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0.8%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자물가가 떨어진 것은 1949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제조업체와 소매상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또 성장도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 ―0.3%였던 성장률은 4분기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50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 4분기 성장률은 ―2.6%,내년 1분기는 ―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연간으로는 올해 성장률이 1.4%,내년에는 ―0.2%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속에 수요가 줄어 물가는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져 경기가 악순환에 빠져들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니겔 걸트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가격 하락,경기침체 등이 수요 감소를 초래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