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감산 확산여파…경기둔화 예상보다 심각

중국의 10월 전력소비가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최대 공장지대인 주장삼각주의 화물 물동량이 올 들어 30%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중국의 10월 전력소비가 2698억㎾h로 전년 동기보다 3.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력소비가 월간 기준으로 줄어든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전력소비 감소는 전력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10월 전력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 2005년 3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궈타이쥔안증권은 "전력생산과 소비의 감소는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제조업체들의 감산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산둥성 등지에서 전력이 모자라 공장 가동이 멈추는 일이 빈번했지만 이젠 수출 주문 급감으로 문 닫는 공장이 늘면서 오히려 전력생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0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8.2%로 7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남부 주장삼각주의 물동량도 올 들어 30% 감소했다고 홍콩 문회보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 수출 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선전에 있는 옌톈국제항구의 경우 화물 처리량이 상반기에 5.28% 줄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홍콩 물류시장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인 홍콩 첵랍콕공항의 10월 화물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32만t에 그쳤다. 경기 둔화는 재정수입 악화로 이어질 태세다. 중국 재정수입은 10월에 전년 동기보다 0.3% 줄어든 5328억위안(106조5600억원)에 그쳐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