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입찰에 1弗도 못받은 곳 있어
"필요한 은행에 직접 투입 해야" 주장
한은 "달러 가져가려면 금리 더 써라"

한국은행의 금리 경쟁 입찰 방식 달러 공급이 도마에 올랐다.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 사정 개선을 위해 실시한 달러 방출에서 월등히 높은 금리를 써내는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이 절반가량을 가져가버려 정작 달러가 절실한 국내 은행에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은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외국계가 외환보유액에서 방출되는 달러를 '싹쓸이'해 갈 것이라며 국내 은행에 직접 배정해 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경쟁 입찰은 시장친화적이며 외은 지점이 달러를 가져가도 시장 전체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가 같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달러 어떻게 공급되길래

외환당국은 달러자금 경색을 풀기 위해 두 가지 방식으로 달러를 공급해 오고 있다. 하나는 수출입은행을 통하거나 한은이 직접 국내 은행의 수출환어음 매입자금을 대주는 것이고,또 다른 하나는 한은이 외환 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은의 외환 스와프는 국내 은행이나 외은 지점 등이 원화를 맡기면 적절한 금리를 받고 달러를 빌려주는 형식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4차례의 입찰을 통해 총 67억2000만달러를 공급했다. 낙찰 금리는 △1차 연 8.23% △2차 연 9.02% △3차 연 9.64% △4차 연 9.59% 등이다. 낙찰은 높은 금리를 써낸 순서대로 이뤄진다. 금융계에선 한은이 공급한 달러 중 절반가량을 외은 지점이 받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내 은행은 한은의 달러 공급 자체가 국내 은행의 신규 차입 및 만기 연장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 위주로 달러 방출이 이뤄지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되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은이 고금리 입찰을 진행하다 보니 입찰에 참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해외 은행과 힘들게 만기 연장 협상을 할 때도 금리는 LIBOR(런던 은행 간 대출금리)에 4~5% 정도를 더하는 수준"이라며 "한은이 은행을 지원한다면서 7%의 가산금리를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공급하는 3개월물 달러의 리보금리는 연 2.2~2.3% 수준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이렇게 높은 금리로 받아오면 수출환어음 매입 등 기업에 나가는 금리는 가산금리가 10%를 넘게 된다"며 "기업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외은 지점이 고금리 입찰에 뛰어드는 것은 먼저 본점의 지원이 끊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기존 외국인투자자와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통화 스와프 거래를 맺었는데 이에 응하자면 고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으며 일부 외은 지점은 조선업체의 신규 선물환 매도를 받아주는 용도로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요하면 더 적어내라"

한은은 국내 은행의 주장에 대해 "억지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외환 스와프는 국내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를 공급함으로써 꼬인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며 무역금융 지원 등을 위해 국내 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에 외환스와프를 우선 지원해달라고 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은에선 전반적으로 "국내 은행이 너무 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려면 조달 금리가 연 10%를 훨씬 웃도는데 한은의 공급 금리는 연 9% 수준이기 때문에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 국내 은행의 입찰금리를 보면 가산금리가 2~3% 수준인데 이는 거저 먹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용석/박준동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