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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로 활로…키르키즈스탄 자원개발 알토란 성과

건설 경기가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건설업체들이 말 그대로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미분양 증가와 유동성 위기설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조직 슬림화와 계열사 정리,임원 축소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악화된 경영 여건을 개선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자구책의 일환이다.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자재 등의 조달 방법을 바꿔 원가 절감을 꾀하는 업체도 있고,미분양 물량이 많은 일부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소개하는 사람에게 소개비로 현금을 지급하는 '현금 마케팅'을 동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외건설 수주가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지난해 수주 실적(398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 중에서는 ㈜풍산건설의 불황 탈출 전략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에 진출,자원개발 사업에서 알토란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사업을 통해 불황을 이겨내고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가동하고 있는 ㈜풍산건설의 경쟁력을 조명한다.


◆금광 3곳 채굴,시멘트 생산 본격화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업체가 외국에서 수주한 실적은 지난달 7일 기준 404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397억88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연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 건설수주가 '금융위기'라는 복병을 만났다는 점이다. 건설수주를 많이 해 일감은 확보했으나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스(PF)에 참가할 금융사를 구하지 못하거나 건물을 지어놓고도 분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건설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풍산건설은 철저한 '리스크(위험)' 관리로 성공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다.

1989년 설립된 ㈜풍산건설(대표 류방희)은 6년 전부터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준비해 왔다. 1997년 IMF 위기를 관통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게 사전에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주택건설 시장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판단,건설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을 모색했고 새로운 수익원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선택했다. 먼저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지역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동유럽,동남아시아 등 여러 곳을 물색하다 최종 낙점한 곳이 키르키즈스탄이다. 2006년부터 정치가 안정되기 시작한 키르키즈스스탄의 현재 경제성장률은 8.2%로 이웃 국가인 카자흐스탄 경제성장률과 비슷하다. 특히 금광자원이 풍부하고 2007년 기준으로 건설업 부문 성장률이 700%를 상회하고 있다. 사업여건도 우수하다. 군사적ㆍ지정학적 요충지로 중앙아시아 국가 최초로 WTO에 가입했으며,무역개방성(평균관세율 4.6%)이 높아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키르키즈스탄에서 2년여의 치밀한 시장조사를 마친 ㈜풍산건설은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자원개발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금광과 광물,그리고 시멘트사업이다.

금광사업은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매장량이 약 200t(추정가액 약 6조원)으로 예상되는 'Altyn-Tor'광산,'Buchuk'광산,'Altyn-Jylga'광산 등 3곳에서 금광 개발허가를 받았다. 나린지역에 위치한 Altyn-Tor광산에서는 현재 채광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Buchuk광산은 탐사를 완료하고 개발을 위한 제반 절차를 밟고 있다. 또 탐사결과 약 50t의 금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Altyn-Jylga광산은 채광 허가를 신청,오는 12월부터는 채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Altyn-Tor광산,Buchuk광산,Altyn-Jylga광산은 탐사 및 생산시설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적은 반면 매장량이 풍부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광물사업도 전망이 밝은 편이다. 구 소련시절에 탐사된 것 외에는 지금까지 자원발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희귀광물 등 귀중한 광물이 앞으로 더 많이 발굴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김포 신곡지구 430가구 아파트 건설

㈜풍산건설은 현재 우라늄,동광,석탄,몰리브덴 등 국내 수요가 많고 사업성도 양호한 에너지 관련 광물을 개발하기 위한 광업권도 확보한 상태다.

시멘트 사업은 ㈜풍산건설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는 부문이다. 키르키즈스탄의 현 상황이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와 유사해 시멘트 생산 인프라가 유망하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설업 부문 성장률이 700%를 상회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가라가일리-블락 석회암 광산(예상 매장량 1억6000만t)에서 연간 100만t 규모의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 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풍산건설은 키르키즈스탄 정부로부터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참여를 제의 받았다. 풍산 측에 따르면 키르키즈스탄 정부가 남유라시아 철도건설을 위해 약 280㎞ 거리(건설비용 1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철도건설 참여를 제의했다고 한다. 철도건설 사업을 위해 이 회사는 현지 법인인 그렉스턴 인베스트먼트와 투자 약정을 체결해 주식지분을 인수했다. 크렉스턴 인베스트먼트는 철도건설 외에 다양한 SOC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풍산건설의 주력인 국내 주택건설사업도 불황 속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용인수지 성복동에 1030가구 분양에 나선 이 회사는 근래에 드물게 미분양 없이 입주를 완료했다. 미분양 대란을 예고하고 일찌감치 분양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이 주효했다.

이 회사 류방희 대표는 "분양 당시 동종업체로부터 분양가가 낮지 않느냐는 우려를 들었지만 손실은 없었다"며 "오히려 미분양 문제로 자금난 등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김포 신곡지구에 430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풍산건설은 키르키즈스탄 자원개발 사업과 거품을 뺀 분양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