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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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제 잇속만 챙긴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던 지난 13일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이 전국 11개 지방중소기업청장들을 불러모은 뒤 강경한 어조로 지시했다. "전 직원을 동원해 은행 창구에서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중소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도록 대출동향을 점검하라"는 것이었다.
공무원이 나서야 할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지난 17일 중기청 직원과 동행 취재한 결과 은행의 문턱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중소기업 대표가 공무원과 함께 은행을 방문했을 땐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척 하다가도 뒤돌아서서는 '꺾기'를 요구하는 등 고질적인 '횡포'를 목격한 탓이다.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가혹한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공무원이 설득한 은행마저 이 지경이니 개별적으로 은행을 상대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성 싶다.
최근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압박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키코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한 이후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가 지난달 은행장들까지 불러모아 키코 가입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해주라고 요청했지만 현장에선 요지부동이다. 실제 용인의 한 중소기업은 최근 SC제일은행에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Fast Track)에 따라 대출을 신청했다가 "키코 소송에 참여하고 있으니 어떤 대출이든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운영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매달 키코 손실액을 대신 납입해 주고 연 12~13%의 고금리를 챙기는 은행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외환위기 당시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은행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만 살겠다고 '비 올때 우산을 빼앗는' 행태는 거래 기업의 부실을 재촉,장차 수익기반을 잠식할 뿐이다. 많은 국민들이 '금융회사'인 시중은행을 여전히 '금융기관'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공익성 실현이란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정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unee@hankyung.com
공무원이 나서야 할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지난 17일 중기청 직원과 동행 취재한 결과 은행의 문턱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중소기업 대표가 공무원과 함께 은행을 방문했을 땐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척 하다가도 뒤돌아서서는 '꺾기'를 요구하는 등 고질적인 '횡포'를 목격한 탓이다.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가혹한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공무원이 설득한 은행마저 이 지경이니 개별적으로 은행을 상대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성 싶다.
최근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압박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키코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한 이후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가 지난달 은행장들까지 불러모아 키코 가입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해주라고 요청했지만 현장에선 요지부동이다. 실제 용인의 한 중소기업은 최근 SC제일은행에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Fast Track)에 따라 대출을 신청했다가 "키코 소송에 참여하고 있으니 어떤 대출이든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운영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매달 키코 손실액을 대신 납입해 주고 연 12~13%의 고금리를 챙기는 은행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외환위기 당시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은행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만 살겠다고 '비 올때 우산을 빼앗는' 행태는 거래 기업의 부실을 재촉,장차 수익기반을 잠식할 뿐이다. 많은 국민들이 '금융회사'인 시중은행을 여전히 '금융기관'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공익성 실현이란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정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