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월가)의 금융 거래 기능은 고장났다. "

월가에 대한 뉴욕 시의회의 진단 보고서다. 로이터통신은 17일 뉴욕 시의회의 보고서를 인용,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들이 지난 9월 말까지 1년간 410억달러(약 58조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시의회가 재정수입을 추산하기 위해 1978년부터 NYSE 상장사들의 실적을 집계한 이후 3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이 기간(2007년 10월~2008년 9월) 중 미국의 간판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모두 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하며 각각 200억달러와 220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미 최대 보험사인 AIG는 지난 3분기에만 244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보였다. 이 같은 손실은 1987년 10월29일 '블랙 먼데이' 주가 대폭락이 미 증시를 덮쳤을 당시의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1987년 4분기부터 1988년 3분기까지 NYSE 상장사들의 총손실은 3억2700만달러에 그쳤다.

보고서는 "지난 30년간 그 어느 해의 손실액도 지난 1년간 손실액(410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특히 금융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월가의 금융 거래 기능은 고장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런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난해 월가 직원들은 1인당 평균 37만9000달러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런 시절이 계속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월가의 수입이 회복되기 어렵다"며 "그때까지는 월가에서 감원 행렬이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 금융사에서만 3만5000명에 달하는 추가 감원이 이뤄질 것이며,내년 뱅커들의 봉급은 평균 16.5% 감소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