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금융권 구제금융 중 2차분인 3500억달러의 집행권을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기로 했다. 오바마 정부가 이 가운데 일부를 경영난에 봉착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업체 지원에 투입할지 주목된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임기 내에 의회에 3500억달러 승인 요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미 재무부도 이날 의회에 이 같은 의향을 전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화력을 아껴야 한다"면서 "차기 정부가 집행 유연성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브루클리 맥러플린 재무부 대변인 역시 "폴슨 장관이 2차분 3500억달러의 승인 요청 일정을 잡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미 재무부는 현재 7000억달러 중 1차분인 3500억달러를 금융권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달 3일 구제금융법이 발효되면서 자동적으로 사용이 허용된 2500억달러 가운데 1250억달러를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9개 주요 상업 및 투자은행에 이미 지원했다. 이어 이날 21개 중소형 은행에도 추가로 335억6000만달러를 투입했다. 아직 지원받지 못한 은행들은 다음 달 8일까지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나머지 1000억달러는 보험사,신용카드사,자동차 할부사,학자금 대출 등 비은행권의 소비자금융에 투입된다.

오바마 차기 정부에 사용권이 넘어갈 2차분 3500억달러도 비은행권 소비자금융에 주로 투입될 전망이다. 오바마와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 가운데 일부를 자동차 '빅3'에 지원할 수도 있다. 현재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250억달러를 따로 떼내 '빅3'를 지원하자는 민주당의 입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