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위스키 소비가 줄어 고전하고 있는 위스키 업체들이 '진품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경기 침체기일수록 값싼 가짜 양주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연말 성수기에 앞서 첨단 위조방지 장치로 고객의 신뢰와 관심을 불러 모으겠다는 의도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18일 청각ㆍ촉각ㆍ시각 등 3가지 감각을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임페리얼 트리플 키퍼'를 출시했다. 이 장치는 병 마개를 돌리면 '드르륵' 소리와 함께 손 끝의 진동이 전해지며,마개 양 옆에 새겨진 '임페리얼(IMPERIAL)' 로고가 '正品(정품)' 마크로 바뀐다. 병 마개의 역회전 방지 기어를 통해 처음 병 마개를 열어 정품임을 확인한 뒤에는 개봉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게 설계됐다.

프랭크 라페르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은 "경제 위기 때에는 가짜 양주 제조가 늘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며 "이런 때일수록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페리노리카코리아는 '임페리얼 트리플 키퍼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판촉 활동에 나선다. 내년 3월까지 45 g(12돈)짜리 황금 라벨 병과 아이팟 나노,주유권 등을 내건 경품행사 등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을 펼 계획이다.

앞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월 출시한 '뉴 윈저'에 추 방식의 위조방지 장치 '체커'를 장착했다. 병 마개를 돌리면 마개와 병을 연결하고 있는 바 형태의 체커(정품인증 추)가 병목에 부착된 라벨 밑으로 떨어지는 방식이다. 체커 위치만으로 위조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고,한번 내려간 체커를 원상태로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 위조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실제 유통되는 가짜 위스키가 극히 미미하지만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신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키 업체들의 '진품ㆍ신뢰 마케팅' 이면에는 최근 위스키 소비 감소도 한몫 했다.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 9월 6%,10월 14% 등 두 달째 감소세다. 이에 따라 주세 세수 감소를 우려한 국세청도 불황 속 무자료 거래 방지와 주세 확보를 위해 가짜 양주 단속에 적극 나섰다. 지난 11일부터 '임페리얼' 17ㆍ21년산에 무선인식 기술(RFID) 장치를 부착해 주류 유통흐름을 파악하고 소비자에게 진품 확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연말까지 벌인다.

한편 국세청은 1조원대인 국내 양주시장에서 가짜 양주 비중을 1%로 추정하고 있고,안효대 한나라당 의원은 올해 국세청 국감에서 양주시장의 10%가 가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성민/김진수 기자 smyoon@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