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3' 잇따라 매물 … 글로벌 車산업 재편 가속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단 팔고보자" … 몸집 줄여 살아남기 경쟁
마쓰다 볼보 사브 등 글로벌 자동차시장에 등장한 매물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토해낸 자회사들이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대주주인 서버러스 캐피털이 아예 회사 자체를 매물로 내놓았다. 미국차의 몰락은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과 제 잇속만 차린 노조의 합작품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차 어쩌다 이 지경까지…
미국 빅3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2000년대 초만 해도 70% 안팎이었지만,지난달 말엔 48.3%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의 점유율은 20%에서 39.7%로 뛰었다.
올들어 10월까지 GM의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총 258만대로,작년 같은 기간의 321만대보다 19% 줄었다. 포드(―19%),크라이슬러(―26%)도 큰 폭의 판매 감소를 보였다. 반면 시장점유율 2위 도요타는 ―11%,5위 혼다는 ―3% 감소에 그쳤다. 7위 현대차(―7%)와 10위 기아차(―4%)의 감소폭도 작았다. 빅3가 자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이다.
GM 등 빅3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경쟁력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3는 기름값이 싸던 2000년대 초반 이익이 많은 대형차와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 집착했다. GM은 1995년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오판,사업을 접었다.
작년부터 국제유가가 뛰고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연비 좋은 중ㆍ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로 눈을 돌렸지만,빅3는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갖추지 못했다. 뒤늦게 고연비 차량 개발에 나섰지만,실기(失機)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도요타 현대 등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소형차 시장을 차지했고,고급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이 잠식했다.
강경 노조의 끝없는 요구도 빅3의 몰락을 재촉했다.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연속 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이 퇴직 후에도 전 소속사로부터 의료보험과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위기 끝나면 한국ㆍ일본ㆍ독일이 주도"
빅3가 위기 극복을 위해 구제금융 신청과 함께 자회사 매각과 공장 통ㆍ폐합,대규모 감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정상 궤도로 재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GM은 지난 3분기에도 25억42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현금 유동성은 162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6월 말의 210억달러보다 48억달러 줄어든 수치다. 2005년 이후 누적 적자가 535억달러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 중 모든 자금이 바닥날 것이란 게 GM 측 우려다. 2006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포드 역시 올 3분기 1억290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 미국 내수 침체로 판매가 급감하면서 누적 손실이 큰 빅3가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빅3의 위기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재편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빅3가 자회사를 잇따라 매각하고 있어서다. 포드는 이미 재규어ㆍ랜드로버와 애스턴마틴을 매각했고,볼보를 추가로 팔기로 했다. GM은 사브와 허머에 이어 독일 자회사인 오펠을 매물로 내놓았다. 최악의 경우 주요 현금 창출원인 한국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를 팔 것이란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빅3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향후 10년 내 힘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17일자에서 빅3가 몰락하면 현지 공장을 갖고 있는 한국과 일본,독일 등 외국 업체들이 빈 자리를 채우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왕좌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의 션 맥앨린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빅3가 몰락하면 미국 자동차산업이 외국 업체들에 의해 점령된 멕시코나 캐나다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