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조선회사다. 그러나 다른 조선회사에 비해 사업부문이 다양하다. 선박만 만들어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광산 삼림 등 원자재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었고 태양광발전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를 만들기 위한 합작법인도 세웠다. 해운업 항공업 증권업에도 종잣돈을 묻었다. '성장의 씨앗'을 곳곳에 뿌려 조선업 불황에 대비한다는 포석이다.

현대중공업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문은 태양광이다. 최근엔 독일의 태양광 발전설비 전문업체인 MHH솔라테크닉으로부터 4000만달러어치의 태양광 모듈 주문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2006년 스페인에 5000만달러 규모의 태양광설비를 공급한 이후 금액면에서 두 번째로 큰 계약이다.

태양광 모듈은 태양전지 수십 개를 서로 연결해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만든 발전설비다. 이번에 공급하는 모듈은 일반 주택 3000가구가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납품은 내년 말까지 이뤄진다.

회사 관계자는 "독일은 주요 업체들의 판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세계 1위의 시장"이라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태양광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원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기획실 산하에 '자원개발팀'을 신설,농업 삼림 광산 등 원자재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원자재 시장에 대한 경험이 적은 만큼 다른 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광산 투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고,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선박 건조용 후판(厚板) 값이 떨어져 조선업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업과 삼림 분야는 중국 연해주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플랜트 부문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 17억달러(약 2조원)짜리 바레인 발전ㆍ담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플랜트 공사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바레인에서 발주된 공사 중에서도 가장 금액이 크다. 바레인에 건설되는 이 플랜트는 총 발전용량 1245㎿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하루 생산 규모 22만t급 담수설비 두 가지로 나뉜다. 2011년 완공 예정이다. 생산된 전력과 담수는 바레인 담수ㆍ전력회사인 EWA를 통해 판매된다.

현대중공업은 이 밖에 올 들어 중국 물류회사인 하이난(海南)항공그룹과 함께 '그랜드 차이나 현대'라는 해운회사를 설립했고 중국 지주회사를 통해 하이난항공그룹의 계열 항공사인 '그랜드 차이나 익스프레스 항공'과 지분 인수에 대한 투자 의향서(LOI)도 체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