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 지식경제부 장관 >

유럽에는 로마인들이 세운 아치형 건축물이 많다. 2000여년의 세월을 견디고 굳건히 서 있는 아치를 보면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에 탄복하게 된다. 이런 로마인들에게 재미있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공사를 마친 뒤 임시 구조물을 철거하는 동안 수석 기사가 아치 밑에 서 있는 것이다. 그만큼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지은 건축물의 '품질'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예나 지금이나 제품과 서비스의 기본은 '품질'이 단연 으뜸이다. 품질의 기반이 없다면 아무리 멋진 상품을 내놓아도 결국 '모래 위에 쌓은 성'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품질이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는 힘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품질 경쟁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기에 세계 시장에 거침없이 도전,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우리 기업은 고품질화를 위해 품질 혁신을 꾀하는 동시에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왔다. 그 결과 조선 철강 반도체 휴대폰 등 57개 품목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글로벌 경제 침체 여파로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들은 주요 선진국들이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품질'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만큼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녹색산업은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녹색산업은 발전 초기 단계인지라 아직 관련 국제표준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를 선점하면 향후 관련 기술의 수출뿐 아니라 탄소배출권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서비스 제조 등 다른 산업과의 연관효과도 높아 생산유발 및 고용창출 등의 파급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따라서 녹색산업에 대한 품질경영 및 개선활동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다는 점을 재인식하고 이를 녹색산업으로 확대해 세계에 통하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