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최대 대형마트인 월마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계 2위인 서킷시티가 자금난으로 파산을 신청한 데 이어 1위인 베스트바이도 실적 악화설에 휩싸임에 따라 유통채널 확보에 나선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월마트 코스트코 등 저가 대형 양판점과의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베스트바이와 서킷시티를 통해 북미지역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해 왔으나 서킷시티 파산 신청으로 4110만달러가 묶이면서 영업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월마트(171억달러)는 베스트바이(280억달러)에 비해 크게 뒤졌다. 하지만 영업력 면에서는 다르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 보유한 매장은 3414개.반면 베스트 바이는 915개에 불과하다.

월마트의 또 다른 강점은 저가전략에 있다. 베스트 바이가 프리미엄급에서 저가형까지 제품을 고루 갖춘 것과 달리 월마트는 철저한 염가형 제품들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불황일 수록 소비자들은 저가형 제품을 찾게 마련"이라며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면 월마트와 같은 거래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던 LG전자가 저가 유통망 확보에 나선 데에는 북미 LCD(액정디스플레이)TV 점유율 급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까지 북미 시장 점유율 7.8%로 삼성,소니에 이어 3위를 지켰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5위권까지 조사한 3분기 예비 점유율 조사에선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원인 분석에 나선 LG전자는 이를 '월마트'의 힘으로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과 소니,샤프까지 모두 월마트 매장에 진출해 저가제품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어 이들 저가 유통 업체와의 거래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