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 11월 수출 감소세로 반전

"컨테이너 2개 중 1개는 비어 있질 않습니꺼.우찌될란지 모르겠네예."

국내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는 부산 신선대부두.19일 이곳에서 만난 한 부두 노동자는 "지난달까지 30~35% 정도였던 빈 컨테이너 비율이 이달엔 50% 선으로 급증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출 물량이 20% 정도 줄고 수입 물량도 10% 이상 감소해 빈 컨테이너가 절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산업기지인 울산의 항만 사정은 더 심각하다. 터미널에 쌓인 9430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61%인 5770여개가 비어 있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중국 등으로 가는 물동량이 급감한 탓이다. 울산항만 관계자는 "파업도 아닌데 빈 컨테이너가 이렇게 많은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고성장세를 지속해온 대표적 수입항인 인천항도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곡물 사료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량이 급감하면서 컨테이너 야적장에는 빈 자리가 부쩍 늘고 있다.

화물을 싣고 내리던 크레인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인천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8월까지만 해도 짐을 내리려는 배가 밀려 부두가 만원이었으나 이제는 한산하기 그지없다"며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11월에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02년 6월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며 내수 부진의 공백을 메워온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의 터널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수출이 예상보다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어 이번 달에는 작년 같은 달보다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경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1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월말에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월말 효과'도 사라지고 있어 11월 전체 수출은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지난달에도 1~20일 수출 증가율은 6.1%를 기록한 뒤 월간 전체로 8.7%로 마감해 월말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11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사실상 2002년 6월(―0.3%) 이후 6년5개월 만의 첫 감소다.

부산=김태현/울산=하인식/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