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ㆍ신흥국 장기투자ㆍCEO 리더십이 비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 페오리아시에 본사를 둔 캐터필러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미 최대 건설기계업체로 '다우공업주 30종'에 들어 있는 캐터필러는 세계 불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384억달러,영업이익은 39억달러로 8.8% 증가했다. 1933년 이후 올 3분기까지 무려 300분기 연속 배당을 하는 기록도 세웠다.

이 같은 캐터필러의 성공은 비(非) 미국적 기업문화에 근거한다고 일 닛케이비즈니스(11월17일자)는 분석했다. 이 회사는 단기실적과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여타 미 기업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종신고용을 원칙으로 삼아 대부분의 사원들은 65세까지 일한다. 16세에 입사해 80세까지 일하는 사원들도 있다. 또 부자나 형제 사원이 많아 '대가족주의' 경영이란 말을 듣고 있다. 제임스 오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울 땐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화에도 적극적이다.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선진국에선 매출이 줄어들고 있으나 중남미 아프리카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수요는 꾸준하다. 최근 3년간 신흥국에만 1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75년간 고수익을 유지한 비결의 하나가 바로 장기투자 덕분이다. 1929년 대공황 때나 1980년대의 경기침체기에도 거액 투자를 계속했다.

현장 경험을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연구ㆍ개발(R&D)력도 이 회사의 장기다. 지난해에는 복잡한 레버 대신 컴퓨터 게임기 같은 조종이 가능한 건설기계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1972년 입사한 오웬스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도 성공의 길잡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으로 판단,'비전 2020'을 내걸고 사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2010년까지 모든 생산제품에서 품질 세계 1위가 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GE가 사용하는 '6시그마'와 '도요타 생산방식'을 접목한 품질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장기 비전은 '로컬의 얼굴을 가진 다국적 기업'이다. 인수한 해외 기업의 CEO로 현지 출신을 임명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오웬스 회장은 "각국의 우수한 경영기법과 기술,아이디어를 모아 다시 글로벌 시장에 적용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