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한다. '한국에선 좋은 일 하기도 어렵다. ' 기부를 하면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왜 했을까,무슨 돈일까,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등 배경과 이유를 캐고 따지는 통에 돈을 내놓고도 좋은 소리를 듣기는커녕 괜한 구설수나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니 아예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일도,그 때문에 뒷조사를 당하거나 찍힐 일도 없으니 괜스레 나서지 않는 게 상책이란 얘기다.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거니와 배우 문근영의 기부를 둘러싼 논란은 돈 쓰고 뺨 맞는 대표적인 경우다.

연예인 특히 톱스타들은 일반인의 정서와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금연 캠페인을 아무리 펼쳐도 톱스타가 TV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근사한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면 순식간에 효과가 반감된다는 마당이다. 사람들이 연예인을 공인이라 부르고 그들 역시 스스로를 그렇게 인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연예인의 뒷모습은 간혹 공인과 거리가 멀 때도 많다. 건강보험료 체납자 순위를 보면 프로 운동선수 다음이고,국민연금 보험료 장기체납자 역시 과세 상위 자영업자와 전문직,프로선수,연예인 순으로 돼 있다. 그런가 하면 도박이나 마약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연예인들은 종종 자신을 비정규직이라고 말한다. 인기란 바람같아서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하루아침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문근영의 선행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다. 많이 번다지만 8억500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것도 6년 동안 익명으로 해왔음에랴.

그런데 이걸 놓고 '인기용'이란 악플을 다는 것도 모자라 가족사를 들먹이며 논란을 벌인다. 문근영이 입을 상처도 상처요,기부를 둘러싼 시비를 바라보는 보통사람의 마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실로 입맛이 쓰다. 인기용이면 좀 어떤가. 남의 선행에 돌을 던지기 전에 자신은 얼마나 기부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