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년 유예…기업ㆍ금융사 매각 촉진
금융위 "금산분이 완화 은행자본 조달창구 확대"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회사와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사모투자펀드(PEF)의 의결권 제한을 5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매물로 나온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대기업들이 PEF를 통해 인수,15%가 넘는 지분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ㆍ산업 분리 규제 완화로 기업들의 은행 등 금융회사 소유를 확대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조치다.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19일 "경영 참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PEF의 경우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적용 대상에서 일정 기간 제외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현행 규정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금융보험 계열사가 투자한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의결권을 15%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ㆍ보험사의 고객 자산이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이용되는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PEF도 금융회사로 분류돼 똑같이 적용받아왔다.

공정위는 PEF에 대해 이러한 의결권 제한을 풀어주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쌓아놓은 돈이 많다"며 "매물로 나오는 기업이나 금융사들을 인수ㆍ합병(M&A)하는 데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가격이 떨어졌을 때 인수하고 5년 정도 후에 경기가 회복되고 가격이 오르면 팔아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의결권 제한을 풀어주는 기간을 일단 5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상황을 봐서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와의 균형과 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집단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투자포럼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산 분리 완화를 핵심으로 한 은행법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된다면 내년부터는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조달 창구가 기존의 연기금,펀드 등에서 대기업 등으로 다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후순위채 발행이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고 있는데,앞으로는 PEF나 기업들로부터도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리먼브러더스 등 미국 투자은행(IB)들이 몰락한 배경에는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며 "산업자본이 은행에 투자하게 되면 은행 경영진이 단기 성과보다는 책임있는 경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대주주가 은행 경영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금융감독당국이 사전ㆍ사후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은행들의 위험이 부각된 것은 지난 2~3년간 과당 외형 경쟁을 하면서 대출을 많이 늘린 탓도 있다"며 "단기적인 성과만을 반영한 보상 체계가 도입되는 등 모럴 해저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은행 경영진의 무분별한 경영 행태와 감독 당국의 책임 여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형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