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허약' 美다우ㆍ코스피, 매수ㆍ매도 조금만 나와도 급변동

최근 미국과 국내 증시가 고질적인 '막판 30분 장세'라는 홍역을 앓고 있다. 변동성이 워낙 높아 장중에는 좀처럼 상승이나 하락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다가 장 마감을 30분가량 앞두고 분위기가 돌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의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감으로 투자심리가 잔뜩 얼어붙어 뚜렷한 매매 주체가 없는 상황이어서 장 막판 적은 매매물량에서도 주가가 출렁거린다는 분석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에 마감한 뉴욕증시는 장 초반 HP(휴렛팩커드)의 깜짝 실적과 야후의 인수합병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주택지표 악재와 GM(제너럴모터스)의 주가 급락이 지수를 끌어내려 한때 8100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장 막판 인덱스펀드들의 매수세 유입으로 순식간에 1.83% 상승한 8424.75포인트로 마감했다. S&P500지수에 편입됐던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의 상장폐지로 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이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일제히 다른 종목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7일에도 상황은 유사했다. 씨티그룹의 5만여명 추가 감원 소식이 전해지며 하락하던 다우는 역시 장 막판 펀드환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했다. 반대로 지난 주말인 14일에는 저가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리고 정유 관련주들이 일제히 반등해 8000선 밑으로 급락했던 지수가 마감 30분 전 급등하기도 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17일에는 마감 30분을 앞두고 외국인이 선물 순매도에 나서며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장중 한때 1100선에 근접했던 코스피지수는 1078선까지 갑자기 밀려났다. 옵션만기일이었던 13일에는 외국인의 대량 매물에 고전하던 코스피지수가 연기금과 프로그램의 막판 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절반이나 줄이며 마감했다. 19일에도 코스피지수는 한때 4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크게 줄이기도 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장중 변동성이 가뜩이나 큰 데다 장 마감을 앞두고 화장실이라도 다녀올라치면 지수 방향이 바뀌어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며 "좀처럼 자리를 비울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제 상황이 극도로 불투명해 투자자들이 다음날로 거래를 넘기는 '오버나이트'를 좀처럼 하지 않으려 해 막판에 물량을 털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높은 일중 변동폭을 감안해 연말까지는 배당수요와 가격 매력도가 살아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목표수익을 낮추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