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최근 급격한 침체기에 들어서자 증권사들이 잇달아 지점을 통폐합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점 축소에 이은 인력 감소까지 예상돼 '증권맨'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공격적으로 지점수를 늘려왔던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방향을 바꿔 20개의 지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상권이 중복되는 지점이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서울에서는 명동중앙ㆍ강남대로 등 12개 지점이, 서울 이외에는 평촌중앙ㆍ대전 월평 등 8개 지점이 통폐합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달 27일을 기점으로 해당 지점을 없앨 예정이다. 고객 계좌는 같은달 26일 통합지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의 지점 수는 152개에서 132개로 줄어들게 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통합 지점으로 직원들이 재배치되지만,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면서 "지점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하나대투증권도 지점수를 크게 줄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테헤란로, 잠원역 등 18개 BIB 지점을 인근 지점 출장소로 전환했다. 또 남서울, 오목교역, 남역삼, 마포역, 잠실역, 월평 등 6개 BIB 지점은 폐쇄했다.

BIB(Branch In Branch)지점이란 주로 은행계 증권사들이 새 지점을 낼 때 기존 은행 지점 내에 작은 지점을 두는 것을 뜻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에 따라 지점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근 점포와의 통폐합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165개 지점을 거느린 동양종금증권도 지난 8월 두 개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또 다음달 내에 대치역 지점을 대치본부점과 통합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증시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차원이라기 보다는 지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폐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 들어 최근까지 지점수를 크게 늘린 반면 약세장에서 수익성이 저하된 반면 늘어난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대신증권 등 다른 대형사들은 아직까지 지점 축소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쟁적으로 지점을 늘려온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부담이 커지고 있어 지점수 유지가 힘들 것 같다"면서 "실적 또한 최악이어서 지점축소에 이은 인력 감축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