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3 자동차업체들의 몰락은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체들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미국 경제주간지 <비지니스위크>가 분석기사를 통해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업체의 위기가 현대차와 기아차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19일(현지시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들의 구제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파산하게 된다면 경쟁관계인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체들에게는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차의 몰락이 아시아차의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만약 빅3 자동차업체가 파산하게 된다면 전체 자동차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더러 제조업체들의 금융 건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미국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도쿄 KBC증권의 앤드류 필립스 애널리스트는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은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안정되기를 바랄 것"이라며 "만약 자동차산업 지원책이 이를 돕는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지원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면서도 몇몇 발언을 통해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의 회복을 바라며 "최근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장기적인 미국 경제 건정성 회복을 위해서는 전례없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살아나는 것은 한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후쿠이 타케오 혼다 CEO도 지난 6일 "공정경쟁이 유지되기만 한다면 미국 정부의 자동차 지원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즈니스위크지는 미국차는 아시아자동차 업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이들의 몰락을 결코 남의 일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한국의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는 GM그룹의 소형차 ·생산을 도맡고 있는데, GM이 파산하게 된다면 그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준규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산업조사팀장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GM의 파산은 미국 경제에만 재앙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큰 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GM대우 협력업체의 최범영 대표도 "1600만달러를 투자해 GM대우의 새 엔진을 개발했지만, 최근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GM이 언제 신차를 발표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빅3가 몰락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몫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구제금융이 반대여론에 부딪히면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이제까지 미국업체들이 잃어버린 점유율 대부분을 일본업체가 차지했으나 최근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 국내 회사들의 향상된 소형차 생산능력에 힘입어 현대ㆍ기아차 몫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