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백두산 트레킹‥백두산 천지서 새해 해맞이…氣받으러 가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백두의 하얀 능선이 파란 하능로가 대비 선계처럼 다가오네…"
높이 오르면 멀리 본다. 그 느낌은 더 넓고 깊어진다. 우리나라 최고봉 백두산 천지 여행의 의미는 그래서 언제나 각별하다. 묵은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해를 맞는 세밑의 마지막 날 마주하는 백두산이라면 더 말할 게 없다.
한겨울 눈 덮인 백두산은 북쪽 산문을 통해 들어간다. 길은 매표소를 지나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천문봉(2670m)을 향해 치고 올라가는 자동차 길과 백두폭포(장백폭포) 곁을 지나 이어지는 트레킹 길이다. 일반 관광객은 보통 특수제작된 설상차에 올라 천문봉으로 향한다. 하얀 설벽 길 너머는 끝모를 눈밭세상.해발 2000m를 넘어서면 시야를 가리는 나무 한 그루 없는 백두의 하얀 능선이 새파란 하늘과 대비돼 선계를 이룬다. 그렇게 1시간이면 천문봉 아래 기상관측소가 마중한다. 기상관측소에서 천문봉까지는 10분 거리.짐을 푼 뒤 천문봉에 서면 천지가 발아래 펼쳐진다. 다행히 날이 맑다면 장군봉,백운봉 등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16연봉을 배경으로 한 천지 해넘이의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천지에서의 하룻밤은 기상관측소에서 지낸다. 기상관측소는 중국쪽 백두산 정상의 유일한 숙소격인 곳이다. 60명 정도 지낼 수 있는 방이 있다. 몸을 뉘어 잠을 청하는 일은 포기하자.주먹만한 별빛 아래 꿈틀거리는 겨울 백두의 상서로운 기운이 잠을 자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천지에서의 해맞이가 겨울 백두산 여행길의 하이라이트다. 기축년 새해의 첫날을 여는 해맞이라면 더욱 그렇겠다. 해맞이를 한 다음은 천지를 밟을 차례다. 꽁꽁 언 천지의 눈풍경은 백두의 능선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눈 위에 새해 소망을 남기며 한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기분 또한 남다르다. 눈을 뭉치고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어보고,작은 눈집을 지어 에스키모 체험도 할 수 있다.
하산길은 올라올 때와는 다른 쪽을 택한다. 천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입구인 달문을 지나 백두폭포와 너덜바위지대를 거쳐 산아래 온천지구로 내려선다. 2시간 정도 잡는다. 백두(장백)폭포의 위용이 대단하다. 천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이 폭포에 이르러 68m나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일대의 모든 폭포는 겨울이 되면 얼어붙지만 백두폭포만큼은 예외다.
백두폭포 아래 너덜바위지대를 지나면 온천지구가 나온다. 이곳 온천수는 다양한 무기질이 포함돼 있어 피부병과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천온천이 따로 있다. 뜨거운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백두의 설경을 감상하는 맛이 남다르다. 온천수에 삶은 달걀도 별미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