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송대란이 가져올 파장을 감안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소송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의 혼란이 장기화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후유증이다. 앞으로 설사 증시가 회복된다 해도 과연 펀드에 가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솔직히 의문이다. 선진 재테크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펀드투자에서조차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펀드시장에서 떠날 경우 증시는 물론 금융산업 전체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키코도 마찬가지다. 파생상품 투자에서 쓴 맛을 본 기업들이 관련 상품을 멀리하면 금융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자통법이니 금융허브니 하는 것도 말짱 헛구호가 될 뿐이다.
그럼 대체 이 같은 소송대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 등 판매사에 일차적 책임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좀 더 따져보면 사태의 원인(遠因)을 제공한 것은 바로 금융 당국이다. 불완전판매 방지 조치를 사전에 취했어야 함에도 거의 손을 놓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니 허둥대고 있는 게 바로 우리 금융 당국이다. 우리파워인컴펀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 창구에서의 불완전판매는 이미 예상된 것이었고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왔다. 그럼에도 당국은 판매자 요건 강화 등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팔짱만 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펀드 폭락으로 민원이 들끓자 우리파워인컴펀드 배상 결정건을 이례적으로 공개,소송 대란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사실 금감원이 펀드 관련 민원에서 투자자 손을 들어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런데도 갑자기 조정안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그에 따른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행태라고밖에 볼 수 없다. 키코(KIKO)대책도 비슷하다. 당초 정부는 '키코 문제는 기본적으로 은행과 기업 간의 문제'라며 정부 개입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키코 피해 기업' 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키코 가입기업을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버렸다. 키코 소송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불완전판매 방지에는 소홀하다가 뒤늦게 당국이 앞장서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억울한 피해는 구제돼야 한다. 그러나 '투자했다 손실 나면 정부가 해결해 주더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식이라면 그것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정책에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퍼주기식 정책은 또 다른 모럴해저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