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가채점한 원점수를 놓고 벌써부터 지원 대학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는 12월10일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고 싶은 대학의 입학전형을 '공부'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까지가 '실력' 싸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치밀한 '전략' 싸움이기 때문이다.

◆소신지원에도 전략이 있다

수험생들이 흔히 쓰는 전략은 이른바 '1승1무1패' 전략이다. 가,나,다군 중에서 성적에 따라 안정권(1무),상향 지원(1패),하향 지원(1승)을 각각 한 개씩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고려할 변수는 성적만이 아니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이 간과해서 안 될 것이 학생부 반영 비중이다. 대학에 따라 등급별 점수차는 천차만별이다. 숭실대의 경우 1등급과 5등급 차이는 최대 25점에 달한다. 반면 연세대의 경우 1등급과 5등급 차이가 1점에 불과하다. 수능 성적이 같더라도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숭실대처럼 학생부의 실질반영비율이 높은 대학에 지원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신지원 대학을 결정할 때 또다른 변수는 '추가합격률'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연세대 경영대학의 추가합격률은 66.45%에 달했다. 반면 고려대 경영대학의 추가합격률은 29.20%에 불과했다. 이는 '나군'에서 서울대 경영대에 지원한 학생이 '가군'에서는 고대보다 연대 경영대를 더 많이 지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대보다는 연대에 소신지원한 학생이 추가로 합격할 가능성이 높았다.

◆경쟁 상대의 지원패턴을 예측하라

문제는 어느 대학의 추가합격률이 높은지가 해마다 달라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나,다군에 속한 대학들의 지원판도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이사는 "입시는 심리전"이라며 "가,나,다 군에 속한 대학을 분석하고 같은 점수대 경쟁자들의 지원 성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입시에서 수리가 변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리를 잘 보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리의 반영 비중이 낮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무모하다. 수리 성적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아서다.

또 수능을 못 봤다고 '수시 2-2'에 올인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시 2-2전형의 경쟁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정시 경쟁률은 낮아진다. 손 대표는 "수시 2-2에서 우수 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가 정시에서 예상치 못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리 못 봤으면 백분위 반영 대학 노려야

수리 영역은 표준점수로 반영할 경우 같은 1등급 내에서도 최대 20점차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영역별 석차를 나타내는 백분위로 반영하면 1등급 내에서도 최대 4%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수리를 잘 본 학생은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수리를 잘 못 본 학생은 백분위로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게 좋다. 수리뿐만 아니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반면 남들이 그르친 영역을 잘봤다면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을 노리는 게 현명하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