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 소설가 두 명의 신작이 나란히 출간됐다.

경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세욱 옮김,열린책들)과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김남주 옮김,밝은세상).이들의 작품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최후의 시련을 거쳐 영혼의 진화가 완성된다는 섬 '아에덴'.이곳에 프루동,마릴린 먼로,마타 하리,베르베르의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 맹활약했던 미카엘 팽송 등 144명이 신(神) 후보생 자격으로 모였다.

이들은 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열두 신에게 수업을 들으며 지구를 바탕으로 만든 18호 지구에 생명체를 창조하고 이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실습'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는 철저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해 탈락한 후보생들은 켄타우로스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후보생들이 속출하면서 '신이 되기 위한 경쟁'에 내몰린 이들의 의문은 깊어져만 간다.

이번에 나온 <신>은 3부작 중 첫번째에 해당한다. 2부와 3부는 내년 국내에 출간될 예정.작품 구상에서 출간까지 약 9년이 걸린 대작이다. 베르베르는 머리말에서 "<타나토노트>에서 저승을 탐사하고 <천사들의 제국>에서 천사의 세계를 발견했으니,더 높은 단계인 신들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전작들과의 연관성을 밝혔다. 그는 티베트 불교,샤머니즘,천지 창조 설화,그리스ㆍ로마 신화,이집트 신화,연금술까지 동원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다.

베르베르는 패자의 역사,잊혀진 역사를 누가 진정으로 아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곤충학자가 개미를 관찰하듯 바글거리는 인류를 지켜보고 있는 신들이라는 숨겨진 증인을 상상해 보았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반영하듯 소설 곳곳에는 깊이 새길 만한 대목이 많다. 이를 테면 팽송이 맡은 돌고래족은 침략자들 앞에서 허물어지지만,오랫동안 자유롭게 살아왔던 터라 굴종 대신 죽음을 택할 만큼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었고 앞선 문명을 다른 씨족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또 팽송이 천사 시절 돌본 한 인물이 한국인 소녀 '은비'로 환생했다고 설정돼 국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일본에서 '더러운 조센징'이라 놀림받고 위안부로 끌려갔던 외할머니를 둔 은비를 두고 팽송은 "고결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스물세번째 생일을 맞은 남자 에단 휘태커.신문 가판대를 지나다가 뉴욕타임스에 눈길이 멎는다. '언젠가,저 신문에 내 사진이 실리게 하리라'는 다짐을 한 그는 약혼녀와 친구를 버리고 '이미 텅 비고 희망이 없는' 삶에서 도망친다.

10년 후 에단은 똑같은 선택을 한다. 첫눈에 반한 여자친구 셀린에게 이별을 고하고 몇년이 지난 다음 신분상승의 소망을 이룬다. 23세에 꿈꾸었던대로 '미국을 사로잡은 정신과 의사'라는 제목의 기사로 뉴욕타임스 문화예술섹션 1면을 장식한다. 그러나 셀린 없이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러던 어느날 에단은 기묘하게 꼬인 하루를 맞는다. 호화보트에서 눈을 떠보니 옆에는 정체불명의 미녀가 누워 있다. 한 소녀는 진료실에 무작정 찾아와 만나달라고 우기더니 그에게 냉정한 몇 마디를 듣고는 권총 방아쇠를 당겨 자살해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셀린은 청첩장을 보내오고 결혼한다. 도박으로 진 빚 때문에 협박에 시달리고,급기야 누군가 나타나 총격을 가한다.

첫 장에서 끔찍한 하루를 보낸 에단은 두번 더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맞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배우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다. '우리는 삶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삶을 좌우하는 건 운명인가,카르마인가?'

기욤 뮈소는 <구해줘> 등 전작처럼 미스터리 기법으로 소설을 끌어간다. 영화 같은 이야기 전개의 힘도 여전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