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촉촉히 내린 20일 국내외 증시 폭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17원까지 치솟아 오르며 외환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 만에 하락반전에 성공했으나 반락 하루 만에 폭등세를 기록하며 1490원대로 마감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5원(3.49%)이 폭등한 1497.0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우려와 부진한 경제지표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개장과 동시에 전날보다 53.5원이 폭등한 15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 것은 지난 1998년 3월 이후 10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역외 매도세로 상승폭을 줄여 1480원대 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오후 1시40분을 넘기면서 다시 매수세가 유입, 환율은 1490원대로 한단계 올라선 뒤 3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1500원선을 돌파했다. 장막판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1500원 선 밑으로 밀렸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8.13p 폭락한 948.69를 기록, 1000선과 950선이 연거푸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4.35p 떨어지면서 273.06으로 마감됐다. 외국인은 이날 92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환율시장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앞서 밤사이 열린 미국 증시 5년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미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427.47포인트(5.07%) 폭락한 7997.28로 장을 마감, 8000선이 무너지며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S&P 500지수는 52.54포인트(6.12%)가 떨어져 806.58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96.85포인트(6.53%) 하락한 1386.42로 마감했다.

미증시 폭락으로 간밤의 미국 뉴욕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나흘째 오름세를 보이며 1470원대로 뛰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개월물 기준으로 직전일 최종호가인 1432/1440원대비 소폭 오른 1438/1442원선에 호가를 출발했다. 환율은 그러나 이내 1460원으로 뛰어올랐고 이후 1475원까지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 증시 폭락으로 장중 전고점이었던 1495원이 힘없이 무너졌다면서 1500원선을 두고 매수 매도세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장중 1517원까지 치솟아 향후 환율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미국 자동차산업 부진이 쉽게 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실적 악화와 경제지표 부진 등이 남아 있어 달러화에 대한 매수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