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이 오비(OB)맥주 인수·합병(M&A)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향후 맥주시장의 판도 변화와 하이트맥주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롯데 그룹은 오비맥주 측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해 오면 그룹 차원에서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롯데 그룹 관계자는 "오비맥주로부터 인수제안서를 받거나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안서를 받는다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만일 롯데가 오비맥주를 인수하게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심화되며 하이트맥주의 입지와 주가에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은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각각 58%, 42% 가량의 점유율로 양분하고 있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가 OB맥주를 인수하더라도 당분간은 판도 변화가 없겠지만, 1~2년 후 공격적인 판촉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 판촉 경쟁을 한다면 양쪽이 모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불경기가 해소될 때 까지는 롯데 측이 지켜보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백 애널리스트의 전망이다.

롯데로서는 인수 가격이 관건이다. 지기창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비맥주 실적이 지난해 특히 좋았기 때문에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산정한 인수 가격은 약 2조원에 달하지만, 2006년 기준으로는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롯데 그룹이 인수에 나선다면 그룹 내 주체는 롯데칠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은 현재 '스카치블루' 등 양주 사업을 하고 있고, 지난 19일에는 일반증류주도 출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