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세분화ㆍ아웃소싱ㆍ중복사업 통합…
장기불황 대비 사업계획도 수시로 바꿔



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 바람이 거세다. 시너지 창출이 필요한 사업부는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는 분할 또는 분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복수의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이나 대강의 방향만 사업계획에 명시하는 '로드맵 경영' 등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환율,금리,원자재 가격 등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사업계획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외부 변수에 의한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기업 구조 효율화에 박차

기업 구조조정의 양상은 그룹별로 다르다. 삼성은 업종별로 계열사를 세분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최근 사업 연관성이 적은 카메라사업 부문과 정밀기계사업 부문을 분할하기로 했다. 내년 2월1일자로 카메라사업을 전담하는 '삼성디지털이미징'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다.

LG그룹의 경우 전자부품 업체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을 합병하는 등 엇비슷한 계열사들을 합해 조직의 군살을 빼는 전략을 쓰고 있다. SK는 내년께 지주회사인 SK㈜의 생명과학(라이프 사이언스)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등의 사업 재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부품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 작업을 시작했다. 전장부품을 생산해온 현대오토넷을 현대모비스에 합병시키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조정 양상은 제각각이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업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든 기업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없는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LG전자는 PDP 시장 침체로 PDP모듈 사업 적자가 이어지자 최근 경북 구미에 있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을 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태양전지 생산시설로 전환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효율성이 떨어진 200㎜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 공장을 폐쇄하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을 외부 기업에 위탁하는 기업들도 많다. 그동안 TV 부문에서 외주생산을 꺼려왔던 삼성전자는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세계 1위 TV 아웃소싱업체인 TPV를 비롯해 퀴스다 타퉁 등에 LCD TV 생산을 맡겼다.

◆기업 운영 소프트웨어 효율화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생산라인을 효율화하는 등의 '하드웨어 구조조정'뿐 아니라 사업계획을 짜는 방식,SCM(공급망관리) 구조 등을 바꾸는 '소프트웨어 구조조정'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대강의 방향만 잡아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목표를 바꿀 수 있는 '로드맵'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GS칼텍스는 복수의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이른바 '시나리오 경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거시경제 지표를 △최악 △적정 △최선 등의 세 가지로 정해놓고 최악의 경우에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SCM 시스템 개선 노력도 활발하다. 불경기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재고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LG전자는 생산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원가절감 전문 부서인 '풀(Pull) 팀'을 신설,디스플레이 부문 SCM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SCM 시스템을 시험해 본 결과 재고가 50% 정도 감소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SK에너지 등은 시장 동향에 따라 감산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재고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금융권과 중소기업계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하지만 제조업종 대기업 중에서는 인위적으로 감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신입과 경력 사원의 채용을 줄이고 고위 임원 중 일부를 퇴직시키는 선에서 내년 인사 계획을 세우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불필요한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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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그룹 사업구조 개편 현황

삼성

-삼성전자.PDP TV 생산 삼성SDI로 이전

-삼성테크윈.디지털카메라 사업 별도 법인으로 분할

-삼성SDI.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소형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분할


LG

-LG전자.구미 PDP 생산라인을 태양전지 라인으로 전환

-LG이노텍.LG마이크론으로 1흡수 합병

-LG데이콤.LG파워콤과 합병 추진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해외 생산법인간 교차 생산 검토

-현대모비스.현대오토넷 흡수

-현대모비스.현대로템 하이브리드카 사업 인수

SK

-SK텔레콤.멜론.11번가 사업 분리

-SK에너지는.텔레매틱스 사업 SK마케팅앤컴퍼니에 양도

-SK㈜.생명과학(라이프 사이언스) 사업 부문을 분리

-SKC.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부를 분리해 코오롱과 합작사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