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채주 삼성전자 선임연구원 "소리나는 돌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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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MP3로 佛최고 산업디자인상
'돌'이면서 '돌이 아닌 것'과 씨름을 벌이는 남자가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선임연구원 손채주씨(34)가 그다. 손씨는 지난 5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조약돌' MP3 플레이어 'S2'를 만든 디자이너다. S2는 국내 출시 이후 매월 3000대 이상 팔리고 있다. 그는 조약돌 MP3로 최근 프랑스 최고 산업디자인상인 '옵세르뵈르 디자인상'을 탔다.
서울 순화동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에서 손씨가 보여준 S2는 영락없는 조약돌이었다. 왜 돌 모양이었을까. 손씨는 "'MP3 플레이어의 본질은 이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음원석(音源石)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MP3 플레이어 디자인을 맡게 된 것은 지난해 1월.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잘 팔릴 수 있는 '액세서리'느낌의 제품을 디자인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행운은 우연히 찾아왔다. 그해 2월 이탈리아 출장길에 나섰다가 '코모'라는 작은 도시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을을 거니는데 산과 계곡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어요. 계곡에 널려 있는 반질반질한 조약돌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그 돌엔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하고 오래 봐도 지루하지 않을 자연의 느낌이 있었다. 이후 손씨는 조약돌 디자인을 가슴에 품고 돌아와 개발에 매달렸다.
"자연스러운 돌 모양을 재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돌이면서도 돌이 아닌 것을 만들어야 했죠.심지어 진짜 돌에 구멍을 뚫고 칩을 꽂는 것도 연구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 동그란 원형이 아닌 비정형의 원형 디자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 다음 과제는 당시 MP3 사업을 지휘하던 전동수 부사장(현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손씨가 찾아간 곳은 수족관.3㎏에 달하는 조약돌을 사들였다. 그가 개발한 MP3 플레이어 시제품을 수족관에서 사온 돌과 섞어 전 부사장 앞에 펼쳤다. 설명이 따로 필요없었다. "이 중에서 MP3 플레이어를 찾아보시죠"라고 했다. 그때 MP3 플레이어에 장착했던 LED(발광다이오드) 불빛이 반짝였고 전 부사장은 박수를 쳐줬다. 그의 바람은 조약돌을 보고 소비자들이 "귀엽다"며 웃어주고 부담없이 써주는 것이다.
그가 요즘 마음에 두고 있는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손씨는 최근 홈시어터 디자인을 맡았다. MP3 플레이어처럼 음악을 들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부피와 무게감이 달라 열심히 연구 중이라고 했다. 그는 "디자이너의 역할은 요리사와 같다"고 말한 뒤 "디자인과 기능을 잘 버무려 소비자들이 체하지 않게 잘 요리하는 것이 내 꿈"이라며 웃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돌'이면서 '돌이 아닌 것'과 씨름을 벌이는 남자가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선임연구원 손채주씨(34)가 그다. 손씨는 지난 5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조약돌' MP3 플레이어 'S2'를 만든 디자이너다. S2는 국내 출시 이후 매월 3000대 이상 팔리고 있다. 그는 조약돌 MP3로 최근 프랑스 최고 산업디자인상인 '옵세르뵈르 디자인상'을 탔다.
서울 순화동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에서 손씨가 보여준 S2는 영락없는 조약돌이었다. 왜 돌 모양이었을까. 손씨는 "'MP3 플레이어의 본질은 이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음원석(音源石)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MP3 플레이어 디자인을 맡게 된 것은 지난해 1월.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잘 팔릴 수 있는 '액세서리'느낌의 제품을 디자인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행운은 우연히 찾아왔다. 그해 2월 이탈리아 출장길에 나섰다가 '코모'라는 작은 도시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을을 거니는데 산과 계곡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어요. 계곡에 널려 있는 반질반질한 조약돌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그 돌엔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하고 오래 봐도 지루하지 않을 자연의 느낌이 있었다. 이후 손씨는 조약돌 디자인을 가슴에 품고 돌아와 개발에 매달렸다.
"자연스러운 돌 모양을 재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돌이면서도 돌이 아닌 것을 만들어야 했죠.심지어 진짜 돌에 구멍을 뚫고 칩을 꽂는 것도 연구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 동그란 원형이 아닌 비정형의 원형 디자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 다음 과제는 당시 MP3 사업을 지휘하던 전동수 부사장(현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손씨가 찾아간 곳은 수족관.3㎏에 달하는 조약돌을 사들였다. 그가 개발한 MP3 플레이어 시제품을 수족관에서 사온 돌과 섞어 전 부사장 앞에 펼쳤다. 설명이 따로 필요없었다. "이 중에서 MP3 플레이어를 찾아보시죠"라고 했다. 그때 MP3 플레이어에 장착했던 LED(발광다이오드) 불빛이 반짝였고 전 부사장은 박수를 쳐줬다. 그의 바람은 조약돌을 보고 소비자들이 "귀엽다"며 웃어주고 부담없이 써주는 것이다.
그가 요즘 마음에 두고 있는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손씨는 최근 홈시어터 디자인을 맡았다. MP3 플레이어처럼 음악을 들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부피와 무게감이 달라 열심히 연구 중이라고 했다. 그는 "디자이너의 역할은 요리사와 같다"고 말한 뒤 "디자인과 기능을 잘 버무려 소비자들이 체하지 않게 잘 요리하는 것이 내 꿈"이라며 웃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