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축이 모두 물가 급락 속에 경기도 침체 양상을 보이는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 온 성장 엔진이 급속히 식고 있는 것이다.

◆FRB,내년까지 역성장 예고

19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17명의 FOMC 위원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전망치인 1.0∼1.6%에서 0∼0.3%로 크게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의 2∼2.8%에서 -0.2∼1.1%로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올 연말 6.3∼6.5%에 달하고,내년에는 7.1∼7.5%로 치솟을 것으로 우려했다.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은 이날 카토연구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질 위험이 아직은 작지만 가능성은 증대됐다"며 "FRB는 이에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1.0% 하락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월 소매판매가 2.8% 감소하는 등 수요 위축에 따른 상품가격 하락이 주 원인이다.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도 경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전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신규 주택착공 실적은 전달에 비해 4.5% 감소한 79만1000채(연율 환산)로 사상 최악의 수준이었다.

◆일본ㆍ유럽도 불황 장기화 우려

유럽과 일본도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의 10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5%로 전달(5.2%)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1997년 이후 11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BOE는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는 정부 목표치인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가 문제였지만 내년에는 디플레 걱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국의 성장률은 올 3분기(7~9월) 0.5% 감소하며 1992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성장률도 2분기와 3분기 연속 각각 -0.2%(전 분기 대비)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경기 침체에 진입한 상태다.

일본 경제는 지난 2분기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7년 만에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2분기엔 -3%,3분기엔 -0.4%였다.

◆각국 금리 추가 인하 전망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이 추가로 금리 인하 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FRB가 오는 12월16일과 1월28일 각각 기준금리를 0.5% 포인트씩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이렇게 되면 미 기준금리는 현행 연1.0%에서 0%로 낮아진다.BOE도 연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시장에선 지난 6일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3.0%로 무려 1.5%포인트나 낮춘 BOE가 다음 달 이사회에서 금리를 또다시
1%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이달초 연
3.25%로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스위스는 20일 기준금리를 2%에서 1%로 1% 포인트 내렸다.베트남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12%에서 11%로 1%포인트 내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