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간 인수ㆍ합병(M&A)을 포함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시사한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사전 조율 없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정부 관료들은 금융위 입장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리면서도 '낫과 망치(정부 주도의 금융산업 구조개편을 지칭)' '짝짓기(은행 간 인수ㆍ합병을 지칭)' 등의 언급에 대해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는 아닌데…"라는 태도를 보였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 간 M&A라는 의제는 정부 내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위기관리 대책)' 차원에서 단 한번도 공식 논의한 바 없다"며 "정부 주도의 금융산업 구조 개편은 은행의 부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공적자금을 넣어야 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거기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20일 말했다. 그는 "은행 간 M&A에 대한 언급이 자칫 국내 은행들의 대외신인도를 더 악화시킬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위원장의 발언이 과거 무리한 대출 경쟁에 발목이 잡혀 실물경제가 위기 상황임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기만 하는 은행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M&A를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낫과 망치'론에 대해서도 "재정부의 기본 입장은 아직까지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정부가 뛰어들어서 자산 매각,경영진 교체 등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선다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전 위원장의 발언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 코멘트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차기현/이태명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