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빅3' 자동차업체에 대한 긴급 구제법안 표결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경영위기에 처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리먼브러더스처럼 파산보호 신청의 길로 접어들지,아니면 친환경차량 개발 지원을 위해 지난 9월 의회가 승인한 '클린카' 기금을 전용해 생존에 사용할지 주목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7000억달러의 금융권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250억달러를 전용해 '빅3'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표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 상원은 당초 이날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그는 "'빅3'를 구제할 방안을 찾고 싶었지만 이런 노력은 장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미 의회의 레임덕 회기는 오는 21일까지다. 같은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빅3' 지원법안을 심의하기 위해 다음 달에 의원들을 소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빅3' 지원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봉착한 것은 민주당과 백악관.공화당이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은 지난 9월 통과된 고연비 자동차 개발비용 명목의 250억달러 저리 대출에다 추가로 금융권 구제자금 70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를 떼내 총 500억달러를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기존 250억달러 지원금에 국한하되 개발비 용도를 운영자금 용도로 전환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공화당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빅3' 구제안이 타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지난 9월 말 긴급 금융구제법안 표결이 처음에는 부결됐다가 며칠 후 재상정돼 통과된 것처럼 이번에도 자동차 긴급 구제법안이 막판에 극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AP통신은 상원이 12월 다시 '선거후 회기'를 소집해 막판에 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빅3' 구제법안 의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오바마 당선인과 민주당 측이 추진해온 2차 경기부양책도 차기 행정부로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릭 왜고너 GM 회장은 전날 하원 청문회에서 "회사 운영자금으로 100억∼12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크라이슬러와 포드는 각각 70억∼80억달러 지원을 요청했다. GM은 당장 올 연말쯤이면 운영자금이 바닥날 수 있으며,자동차 판매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 중반께 상당한 자금 부족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