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경제 악화로 세계 증시가 추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가운데 위기의 진앙지 역할을 했던 기업들의 많은 경영진이 그 전에 미리 현금보상이나 주식매각을 통해 거액을 챙긴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미국 증시에서 지난 1년간 9조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가운데 위기의 중심에 있던 금융사와 주택건설업체 중 120개 상장사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지난 5년간 1억달러(1천500억원) 이상을 미리 챙긴 CEO들이 15명에 달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또 이들 120개 상장사 최고경영진과 이사진이 5년간 현금보상과 주식매각 등을 통해 챙긴 수입은 210억달러에 달했다.

1억달러 이상을 챙긴 경영진 중에는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 등 파산보호신청을 하거나 주가가 90% 이상 폭락한 회사의 경영진 4명이 포함됐다.

5년간 가장 많은 돈을 챙긴 경영진은 증권사 찰스슈왑의 창업자인 찰스 슈압으로, 8억1천660만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2위는 주택건설업체 NVR의 트와이트 샤르 회장으로 6억2천630만달러를 벌었다.

NVR의 주가는 2005년 최고점에서 64% 빠진 상태다.

3위는 모기지 위기 속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올해초 넘어간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의 안젤로 모질로 전 CEO로 4억7천70만달러를 챙겼다.

4위는 건설업체 톨브러더스의 로버트 톨 CEO로 4억2천78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는 주가가 정점이던 2005년 중반에 주식을 대거 팔았고 주가는 이후 73%나 떨어졌다.

또 지난 9월 파산보호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전 CEO도 1억8천460만달러를, 지난 3월 JP모건체이스에 넘어간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전 CEO도 1억6천320만달러를 각각 챙겼다.

신문은 놀라운 것은 잘 알려진 월가 금융기관 CEO들보다 주택건설업체 경영진들이 더 많은 돈을 챙기기도 했다는 점이라면서 NVR의 샤르 회장을 포함해 6명의 주택건설업체 경영진이 1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월가 경영진들의 고액 연봉에 대한 논란 속에 미 의회가 청문회를 열어 이를 따기지도 한 가운데 골드만삭스 경영진이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하고 UBS도 경영진에 대한 일부 보상을 유보하겠다고 하는 등 보상체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도 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도 이미 지난 5년 동안 1억3천만달러 이상을 거뒀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영진들에 대한 대규모 보상이 경제가 붐을 이룰 때 이뤄지고는 했다고 말하고 있다.

신문은 1990년대 말의 기술주 거품이 일던 때에 거품 붕괴 직전에도 50명 넘는 경영진이 주식을 팔아 1억달러 이상을 챙겼고 이중 상당수는 회사를 설립한 뒤 수익을 내지 못했던 경우였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