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관련된 재미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CMA 계좌수는 꾸준히 늘었으나 그 안에 예치해 놓은 고객의 돈은 계속해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달 사이 약 62만6000개의 계좌가 새로 생긴 반면,약 3조7000억원의 돈이 같은 시기에 빠져나간 것입니다.

과거에는 CMA를 은행 정기 예ㆍ적금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30일 기준으로 연 4%대 후반에서 5%대 중반의 금리를 주기 때문에 일단 돈을 넣어두면 빼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에 연 6% 후반대의 금리를 주고 저축은행은 연 8%가 넘는 고금리를 준 결과 CMA에 많은 돈을 넣어두는 고객들이 사라졌습니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며 CMA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던 고객들까지 더 이상 이용가치를 못 느낀 것이죠.

그러면 계좌수가 늘어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자가 낮은 월급통장(저축예금) 대신 CMA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월급날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푼돈만 남아있기 마련이지만 그 푼돈에 대해서도 되도록이면 높은 이자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졌단 얘기입니다. 목돈은 빠져나가고 푼돈이 는 셈이죠.결국 CMA 계좌수가 늘어난 것도,잔액이 줄어든 것도 모두 경제가 어려울수록 안정적인 고금리 금융상품을 찾게 되는 심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