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은 조선업계 후발주자다. 조선소 규모도 크지 않다. 그러나 STX조선은 이런 핸디캡을 '신기술'로 극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조선업계 최고의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STX조선은 2001년 STX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선행적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에 매진했다. 이를 통해 초대형유조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부문에서 빠르게 노하우를 습득했다. 인수 당시 325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2조1290억원으로 6배 이상 성장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STX조선은 작년 말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회사인 'STX유럽(옛 아커야즈)'을 인수해 진해ㆍ부산 조선소와 중국 다롄 조선소를 잇는 '글로벌 삼각 생산 벨트'도 완성했다. 동시에 벌크선 석유제품운반선 등 범용제품에서부터 크루즈선,해양 플랜트,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도 구축하게 됐다.

STX조선은 각 생산 거점별 특화전략을 통해 2012년 25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STX조선은 장기 비전을 기술력으로 이뤄낸다는 각오다. 독자적인 육상 건조 방식인 '스키드 론칭 시스템',하나의 도크에서 최대 5척까지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세미텐덤 건조공법',신개념 플로팅 도크 건조 공법 등은 STX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들이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2만2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개발,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선체 길이가 460m로 축구장 4개 면적과 맞먹는 세계 최대 크기의 선박이다. 단위 운송비(컨테이너 1개 운송에 드는 비용)를 기존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비해 4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연료 효율성도 갖췄다.

지난 7월에는 17만3600㎥급 LNG선 건조에도 착수했다. 스페인 해운회사인 엘카노로부터 수주한 이 선박은 길이 299.9m,폭 45.8m 규모의 대형 LNG선으로 화물 적재량 및 연료 효율성에서 고유가 시대에 딱 맞는 경제성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9월에는 첫 특수선인 해군 고속함(검독수리-A) 착공에 들어갔다. STX조선은 2007년 9월 국가 방위산업체 인가를 받은 후 해군으로부터 고속함 수주를 잇달아 받아내 현재 건조 중이며 경비함 조사선 등 특수선 분야에서도 탁월할 실력을 보이고 있다.

STX조선은 'STX유럽'과 장기적인 기술 협력 관계를 구축해 크루즈 사업에도 발빠르게 진출할 계획이다. 최근엔 이명박 대통령 주최 '신성장동력 국민보고대회'에 참가해 초대형 크루즈 사업 계획을 선보이기도 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