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정보통신진흥기금 소관을 둘러싸고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정통부가 타부처에 통폐합되면서 정보통신진흥기금에 대한 지경부 이관 등의 조치가 있었음에도, 어제 열린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공청회에서 방통위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갈등의 배경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방통위가 정보통신기금과 중복된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방통기금 신설을 들고 나오는 것은 정보통신기금을 방통위에 도로 달라는 얘기다. 방통위가 기금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난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방송통신분야 진흥업무를 담당하겠다는 것이고,그래서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산업진흥을 맡겼다고 나서면 이는 과거 정통부의 기능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실제로 방통위는 IT부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 자신들이 그 역할을 맡지 않으면 안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대해 지경부 등은 결사 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부처가 옳고 그른지를 따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은 누가 봐도 현 정부 들어 이뤄진 정부조직개편 취지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규제기관이 산업진흥까지 직접 맡겼다는 것도 도저히 납득(納得)하기 어려운데다 모든 부문에서 저마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 도대체 얼마나 정부조직이 더 커져야 하며, 또 기금은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가.

국민과 기업들은 이런 부처간 갈등을 더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기관들이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