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 건설산업硏 원장 >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시장경제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 개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향이 있고,그 결과 부정적 효과가 오히려 큰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심한 편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08년 국제경쟁력지표에 의하면 사업인허가 관련 규제는 131개 국가 중에서 95위이고,창업 소요 기간은 37위라고 한다. 특히 건설산업 분야에 집중돼 있다. 정부의 규제통계를 보면 34개 정부기관 중에서 국토해양부가 단연 1위다. 가격이나 거래 등에 대한 경제적 규제가 절반을 훨씬 넘는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최근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위해 공기업(대한주택공사)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려고 한다. '직할시공제'란 이름을 빌려 건설업체들이 담당했던 몫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다. 원가 절감을 표방하지만 이것은 민간기업보다 효율적일 때만 가능하다. 조직의 경직성과 효율화에 대한 유인 부족을 감안하면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크다. '직할시공제'를 실시할 경우 공급가격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더구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암묵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공급비용은 훨씬 커질 것이다.

'직할시공제'를 강행할 경우 경제난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시공능력 70~80위권에 속한 지방 건설업체들의 경우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수주한 공사가 차지하는 공사 비중이 무려 30%에 가까운 실정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직할시공제'를 추진한다면 어려움에 처한 중견 건설업체들을 집단적으로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다.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택지공급 비용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주택건설 비용 중에서 토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로 건축비용을 크게 능가한다. 택지 조성 과정에서 인허가 내용을 간소화함으로써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면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다. 자재와 공법 등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기업들을 유도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맞아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으나 어느새 옛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다시 맞은 위기를 통해 각 경제 주체들이 보다 기본에 충실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