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번쯤은 생각한다. 지구는 정말 망할까. 결정적인 계기는 뭘까.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까. 영화에서처럼 외계인이 쳐들어오거나 커다란 운석이 떨어질까. 전염병이 창궐할까. 갑자기 빙하기가 닥칠까. 궁리는 잠깐이고 금세 잊는다.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날 것같진 않은 까닭이다.

'그게 아니야.진짜 무서운 건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야'라는 경고가 있지만 이건 그다지 절박하지 않다. 극지의 빙하가 녹으면,평균 기온이 얼마 오르면 식인 만큼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탓이다. 그저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도 따뜻하니 지구에 탈이 나긴 났나 보다 여기는 정도다.

사태는 그러나 간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종(種)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세계 야생생물보호기금(WWF) 보고서 '살아있는 지구'에 따르면 1970∼2003년 육식동물 종은 31%,민물 생물은 28%,바다 생물은 27%가 멸종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 위기 동물 목록'에선 지난해에만 동식물과 균류 1만6118종이 사라졌다.

인위적 종자 선택의 결과 지난 100년 동안 세계 곡물의 75%가 없어졌고,지구의 기온이 1~2도 상승하면 생물 종의 30%가 소멸된다는 연구도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지난해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이 진행중이라는 자료를 내면서 이번 사태는 특히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가 '세계에서 가장 귀한 종(種)'을 소개했다. 완소(완전 소중한) 5종은 영장류,박쥐,벌,균류,플랑크톤.영장류는 열대우림 존속,박쥐는 곤충의 개체 통제,벌은 가루받이,균류는 식물의 질소합성과 자연 청소,플랑크톤은 산소 생산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찮고 징그럽고 귀찮은 듯해도 실은 죄다 소중하다는 얘기다. 종이 줄어들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그러면 결국 아무도 살아남기 힘들다. 서울 기온이 1도 오르면 시민 사망률이 1.33% 늘어난다고도 한다. 에너지 절약과 쓰레기 줄이기는 온난화를 막는 첫걸음이다. 각자 조금씩이라도 신경 써 실천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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