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환란땐 모라토리엄…디폴트…
지금은 CDS…통화 스와프…NDF…


"어제 미국 다우지수가 또 폭락했다고 하대."

"그래 큰 일이야.그 때문에 우리 정부 CDS 스프레드도 25bp나 뛰었다네."

"NDF에서 선물 환율이 1500원 근처까지 갔다지.오늘 서울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치솟을 것 같아."

"베어 마켓이야.그런데 은행 후순위채는 금리가 연 8% 근처라고 하던대.사볼까. "

"글쎄.은행들 BIS 비율이 떨어져서 어떨지 모르겠네."

21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점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실제로 나눈 얘기다. 'CDS 스프레드' 'NDF' 'BIS 비율' 등 예전에는 금융 전문가들이나 썼던 용어들을 이제는 일반인들이 스스럼없이 쓰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도 이런 금융 용어들을 제대로 모르면 '왕따'당하기 십상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들이닥친 경제위기가 국민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EQ(economy quotient·경제지수)와 FQ(finance quotient·금융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생필품을 파는 외국계 E사에 다니는 이모 차장(39)은 연말연시를 일본에서 보낼 예정인데,환전 타이밍을 잡기 위해 외환시장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에 연동돼 있고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물 CDS 가격과 역외선물환율 등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고서는 일본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없다"고 말했다.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는 채권의 부도 위험을 따로 떼어내 거래하는 금융상품으로 CDS 스프레드가 올라가면 부도 위험이 커지고,NDF(역외선물환시장)에서 선물 환율이 오르면 다음 날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쯤은 그에게 상식이다. 이 차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스와프 IB(투자은행)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의 용어는 편하게 쓴다"고 전했다.

신문사에는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요즘 얼마냐"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 수치를 묻는 것으로 예금할 곳을 고를 때 기준으로 삼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민들이 경제·금융 용어에 박식해진 것은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외환보유액이나 M&A(기업 인수·합병) 등 기본적인 용어조차 생소했던 당시 외환위기가 들이닥치면서 모라토리엄(Moratorium·지급유예 선언),IMF 구제금융,디폴트(지급 불능),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P&A(자산 및 부채 이전 방식) 등의 전문 경제용어가 생활용어처럼 쓰였다.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신문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10년 전과 매우 비슷하다. 양광우 신한금융지주 홍보부장은 "어려운 금융용어들을 쉽게 풀어 전달하고 복잡한 경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경제신문을 고객들에게 유심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이 최근 주최한 1차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인 테샛에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이 3000명이나 몰린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