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체들 업황 악화·환율 상승 아우성 치는데

'3분기 누계 매출 2조4043억원,영업이익 4683억원,순익 2645억원.'

대한해운이 최근 공시한 올 1월부터 9월까지의 경영 성적표다. 순이익률은 10%,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돈다. 업황 악화와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가 본격화된 3분기에도 8964억원의 매출에 1962억원과 891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다른 해운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대한해운과 대조적이다. 흥아해운은 3분기 매출 1454억원에 영업적자 40억원,순손실 273억원을 각각 입었다. C&상선도 매출은 641억원에 달했지만 47억원의 영업적자와 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한진해운도 2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대한해운의 돋보이는 실적에 대해 이 회사 기획팀 안계혁 상무는 "정확한 업황 전망을 토대로 운임이 가장 비쌀 때 과감한 베팅을 통해 물량을 대거 확보했고 리스크 헤지도 제대로 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석탄,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비정기 벌크선을 주로 운영하고 있는 대한해운은 BDI(발틱운임지수) 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다. 대한해운은 BDI가 떨어진 지난해 말과 올 초 대규모로 배를 빌렸다. 연말에 하락했다가 이듬해 봄 물동량이 늘면서 오르는 용선가격 주기를 읽고 베팅한 것이다. 지난 4월 7000선까지 낮아졌던 BDI는 5월 1만선을 훌쩍 넘어서며 대한해운 실적에 큰 보탬이 됐다.

많은 수익을 내려면 많은 물동량을 높은 가격에 잡아야 한다. 안 상무는 "BDI가 1만을 웃돌 때 물동량을 최대한 확보했다"며 "대한해운 실적이 2,3분기에 크게 좋아진 배경"이라고 말했다. 반면 5월 이후 BDI가 급락하면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곳은 하루 2만달러 이상의 용선비를 물어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대한해운은 투기성 거래는 최대한 피했다. 최근 3~4년 해운 업황이 호황을 누리면서 BDI 상승에 베팅한 해운사들이 짭짤한 영업외 수익을 챙겼다. 하지만 BDI가 최근 고점대비 90% 이상 급락하는 과정에서 '영업외수익'은 '영업외손실'로 바뀌었다. S해운의 경우 선박선물금융(FFA)을 이용한 투기거래로 3분기에만 17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상무는 "업황이 좋을 것으로 보고 선박을 빌리면서도 하락에 대한 선물헤지를 걸었고,최근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상승쪽에 일부 선물계약을 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며 "피해가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는 선물거래는 최소화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