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감원·GM대우 감산 등 업계 비상경영
"자동차 딜러들이 자신의 인센티브를 포기하면서까지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판매실적이라도 올리기 위해서죠.이렇게 하는데도 작년의 절반도 못팔고 있습니다. "
작년 전국 판매랭킹 10위권에 들었던 A사 세일즈맨의 하소연이다. 그는 대당 200만원 안팎의 기본 할인에다 40만~50만원의 인센티브만큼 더 깎아주고 있는데도 고객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내수판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확 줄이고 있어서다. 업체들은 감산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자동차 할부금융도 꽉 막혀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총 2만93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달 1~20일의 2만6861대보다 22.1%나 줄어들었다.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 역시 지난달 1~20일엔 5352대를 팔았지만,이달엔 38.1% 줄어든 3311대를 팔았다.
덩치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많아 더욱 고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이달 들어 불과 1012대만을 판매했다. 판매대수가 전달 20일 동안의 1523대보다 33.6% 감소한 것이다. 신차가 많은 기아차(-16.6%)와 판촉을 대폭 강화한 르노삼성(-11.1%)만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쏘나타 트랜스폼이 전달보다 38.4% 덜 팔리는 등 중형급 차량의 판매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반떼 포르테 등 인기를 끌던 준중형급 역시 30% 이상 판매가 뒷걸음했다. 차량 유지비가 적게 드는 덕분에 불황일 때 많이 팔리는 모닝도 침체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달 들어 4425대가 판매돼 전달 같은 기간보다 7.7%(341대) 덜 팔렸다.
문제는 이 같은 판매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할부금융 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문제를 겪으면서 차량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내수 판매량이 계속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수출 모두 급브레이크
르노삼성은 매니저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프랑스 르노그룹이 본사 차원에서 4000명의 감원 작업에 돌입하면서 전 세계 계열사에 자체적인 인력조정 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현재 760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으며,주로 차장급인 매니저 이상 인력은 800명에 달한다. 르노삼성은 이와 함께 일시적인 공장가동 중단 등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자동차산업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검토하는 것"이라며 "다만 생산직 근로자는 희망퇴직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GM대우는 다음 달 22일부터 근무일 기준으로 8일간 부평과 군산,창원 등 모든 공장의 가동을 멈춘다. 내수는 물론 수출 재고가 갈수록 쌓이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판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내년 3월까지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한 데 이어 내년엔 아예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쌍용차는 생산직 전환 배치를 실시키로 하고,이로 인해 발생하는 350여명의 잉여인력을 대상으로 유급 휴업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국내외 공장을 대상으로 감산 및 감원 등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조재길/김미희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