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짜리 집 증여 내년으로 미루면 세부담 7560만원→2960만원

1주택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내년부터는 10년만 보유하면 혜택

집값 하락으로 울상짓고 있는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올해 몇가지 세제 완화 선물이 주어졌다.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완화한 '8ㆍ21대책'을 비롯해 양도소득세율과 상속ㆍ증여세율을 낮추도록 한 '9ㆍ1세제개편안',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는 '9ㆍ23종부세개편안'이 잇따라 나왔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이달 일부 위헌 결정까지 내렸다. 부동산 보유자들로써는 바뀌는 제도를 잘 활용하면 집값 하락분을 상당 부분 상쇄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언제 오를지 모를 집값 수치만 쳐다보지 말고 '세테크'에 머리를 짤때다.

◆5억짜리 집 증여 내년으로 미루면 4600만원 아껴

증여세는 9ㆍ1세제개편안에서 대폭 인하 방침이 정해졌다. 현재 △과표 1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 10% △1억~5억원에는 20% △5억~10억원에는 30% △10억~30억원에는 40% △30억원 초과분에는 50%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과표와 세율이 재조정돼 △5억원까지는 7% △5억~15억원은 16% △15억~30억원은 25% △30억원 초과분은 34% 등으로 낮춰진다. 또 2010년에는 구간별 세율이 1%포인트씩 더 낮아져 6~33%가 된다.

특별한 절세전략을 짜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리면 증여세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A씨가 5년전에 2억5000만원 주고 사 현재 시가 5억원짜리인 집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증여세는 5억원에서 직계존비속간 증여공제 3000만원을 적용한 4억7000만원에서 세율 20%를 적용하고,누진공제액 1000만원을 차감해 8400만원,여기에 증여일 3개월 이내 신고에 따른 10% 할인을 받으면 7560만원이 된다. 그러나 내년에 증여하면 세율감소로 약 2960만원이 돼 4600만원 가량을 아낄 수 있다.


◆부담부 증여는 오히려 손해볼 수도

대신 이처럼 증여세율이 낮아지면서 과거와는 달리 '부담부증여'의 이점이 많이 사라졌다. 부담부증여는 증여자의 채무를 수증자가 대신 갚는 조건으로 증여하는 방법이다. 즉 부동산의 은행대출금,전세보증금 등을 수증자가 함께 인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증자가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증여받으면 누진세인 증여세의 과세표준이 줄기 때문에 내야하는 증여세가 감소한다.

그러나 문제는 증여자가 또다른 세금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양도소득세다. 채무를 넘기는 것을 일종의 양도소득으로 보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로 되돌아가보자.이번에는 A씨가 전세보증금과 대출금 2억원을 끼고 증여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자녀가 내야하는 증여세는 채무 2억원을 뺀 3억원에 대해 과세돼 약 1700만원이 된다. 여기에 A씨가 내야하는 양도세가 더해진다. 시세 5억원에서 5년 전 당시 매입가를 뺀 2억5000만원 가운데 증여재산 중 채무가 차지하는 비율 40%(2억/5억)은 양도로 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양도세는 약 1600만원이어서 자녀 증여세와 합치면 3300만원 가량이 된다. 부담부증여를 하지 않았을때의 증여세(2960만원)

에 비해 300만원 이상 손해인 셈이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세무사는 "부담부증여는 양도세보다 증여세가 높은 상황에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여로 양도세 아껴볼까

증여를 통해 오히려 양도세를 아낄 수도 있다. 증여세가 완화된 반면 다주택자에게 가해지는 양도세 부담은 거의 달라지지 않아서다. 서울에 주택 세 채를 보유한 B씨가 이 가운데 7년 전 2억원에 구입한 집을 5억원에 매각한다면 양도세는 3주택 중과 60%를 적용받아 1억7671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집을 자녀에게 내년에 증여 한후 자녀가 5년이 경과된 이후에 매각하면 증여세는 2961만원이 든다. 또 자녀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라면 양도세는 낼 필요가 없어진다. 거의 1억5000만원 가량의 세금이 아껴지는 셈이다. 증여를 통해 집을 줄일 필요가 없는 1가구 1주택자는 양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부담하는 양도세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에서 공제하는 비율)가 늘었기 때문이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매년 4%포인트에서 8%포인트로 높아진다.

따라서 그동안엔 특별공제 최대 한도인 80%를 공제받기 위해 20년을 보유해야 했지만,내년부터는 10년만 보유하면 된다. 1가구 1주택자는 10년까지는 오래 보유하면 할수록 유리하다는 얘기다.

특히 양도세율이 내년과 2010년에 각각 단계적으로 인하되기 때문에 적어도 2010년 이후에 매도하는 것이 좋다. 물론 양도세 비과세 보유 및 거주 요건을 채운 주택은 양도가액이 6억원(내년부터는 9억원) 이하라면 양도세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