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고수 증시예측에 시끌벅적 … 유명 전문가도 급등락 예측못해"

요즈음 한 인터넷 논객에 관한 논쟁으로 연일 난리다. 탁월한 예지력을 가진 얼굴 없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극찬과 혹세무민하는 선동가라는 비난으로 양분돼 서로의 주장을 굽힐 줄 모르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시간이 흐르면 밝혀지겠지만 이렇듯 주식 관련 재야고수라는 한 사람의 주장에 한국사회가 떠들썩한 걸 보면,신뢰를 잃어버린 제도권 내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라고 이해는 되지만 여하튼 허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필자는 업무 관계상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을 만나거나 그들의 글을 접할 기회가 많은 편인데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결과론적으로 그 누구도 시장의 급등락을 예측하지 못했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마크 파버 등 '퍼머 베어'(Perma-Bear·영원한 비관론자)는 오래 전부터 금융위기를 예언해왔다.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시장 붕괴를 외치다가 결국에는 맞혔지만 그동안의 호황에 따른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과연 그들이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해외 유수 금융회사 투자전략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장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당사자인 금융회사는 물론 개인 기업 등 전 세계 모든 경제주체가 동시다발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이러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서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주가와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침체장에서의 현명한 투자방법은 무엇인가. 그동안 수많은 재테크 강의와 관련 서적의 대부분은 강세장에서 큰 돈을 버는 방법을 다뤘지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 대처하는 법은 잘 가르쳐주지 않았다. 약세장에서의 중요한 투자원칙 몇 가지를 제시하자면 우선 자신의 재무상황을 재점검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급전이나 빌린 돈으로 투자한 자산이라면 고통스럽더라도 비중을 축소해야 하고 불요불급한 자금이라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음 원칙은 투자한 자산을 현 시점에서 전부 매각해 현금화한 후 새로 투자를 시작한다는 가정 아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해당 자산의 목표 매도 시점도 정해봐야 한다. 본전 생각만 하다보면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 또 다른 원칙은 최악의 침체기에도 투자 기회는 항상 있기 때문에 항상 관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분산투자가 약세장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일종의 천재지변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에서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말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자의 길이라 생각된다.

<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 이사 gordon.chang@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