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부호 황광위…외환관리법 위반 구속
부패 사정강도 높여 정·재계 후폭풍 예고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궈메이의 황광위 회장(39·사진)이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구속 수감됐다고 베이징의 정통한 소식통이 21일 밝혔다. 중국 공안당국은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황 회장을 전격 구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은 그동안 인맥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거대한 부(富)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면 중국 권력의 상층부까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희생양

그의 구속은 중국 당국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외환 관리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중국 정부는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으로 들여오는 데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가치가 과도하게 오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 회장은 2004년 궈메이를 홍콩 증시에 우회상장시켜 막대를 부를 움켜쥐었다. 핫머니의 유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사 과정에서 그의 외환관리법 위반이 드러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급격한 경기 둔화로 실업이 늘면서 사회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부패 사정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중국 당국은 고위 관리들의 부패가 사회 불안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 최근 들어 사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안당국이 중국 고위 당국자의 비리를 조사하던 중 황 회장의 자금이 당국자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 개혁개방 성공신화의 몰락

궈메이는 중국에 있는 국내외 전자업체들의 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7.9% 증가한 59억4300만달러에 달해 최근 미국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 50대 기업에 중국 가전 유통업체로는 유일하게 올랐다. 황 회장은 2004년 유로머니 선정 중국 부호 1위에 오른 데 이어 2006년 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중국 400대 부호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2위에 랭크됐다.

중국 남부 광둥성 시골 출신인 황 회장의 기업가 인생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형과 함께 4000위안(약 80만원)을 갖고 네이멍구에서 옷장사를 했다. 이듬해 베이징에서 3만위안(약 600만원)을 빌려 구한 점포에서 가전제품을 팔기 시작한 그는 주경야독을 하며 전국에 700개 체인점포를 가진 대형 유통업체로 키워냈다. 1997년에는 펑룬투자를 설립해 부동산에도 뛰어들어 큰 돈을 만졌다. 황 회장은 제품을 싼 값에 많이 확보해 저렴한 가격에 파는 '박리다매' 방식으로 가전 소매 시장을 선도해 왔다. 2006년에는 경쟁업체 융러를 인수해 가전 유통시장 1위를 굳힌 데 이어 최근엔 10억위안(약 2000억원)을 투자해 TV홈쇼핑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제조업체에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갖가지 마케팅 비용을 요구해 국내외 제조업체들과 마찰을 빚은 그를 업계에서는 '독종'으로 부른다. '북방의 늑대''가격 킬러'라는 별칭도 붙는다. 중국 언론에서는 "가장 낮은 위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려운 순간에도 인내심으로 버틴다"고 그를 평가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신화로 통하는 황 회장이지만 2006년 불법 대출 혐의로 당국의 내사를 받는 등 정경 유착 의혹에 시달려 왔다. 그의 몰락은 그래서 중국이 투명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의 진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