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새가 울자

공기 속에 숨어있던 새소리들 일제히 깨어나더니

하늘이 청자처럼 촘촘하게 금이 가더니

귓속이 유리조각으로 자글자글하더니 잠이 깨었다.

날아오르려는 날갯짓을 간신히 가지에 붙들고 앉아

새들이 서로 낭랑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파닥거리며 날아오르려는 나뭇잎들을

땅에 단단히 붙박아놓은 나무들도

가지 속이 가려운지

조금씩 들썩거리고 있었다.

공기는 햇살가닥을 길고 팽팽하게 늘이고 있어

새들이 조금만 튕겨도

새소리들은 크게 울리며 멀리 퍼져나갔다.

아침 공기는 부력이 충만할 대로 충만해지고

새소리에 들려

내 몸도 저절로 떠오를 것 같았다.

김기택 '산사의 아침'전문


하루의 출발은 이래야 한다. 삶의 에너지가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나고 있다. 사람과 새와 나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서 쉴 새 없이 들썩인다. 그 충만한 동력으로 막 햇살을 받기 시작한 공기까지도 튕기면 소리가 날 듯 팽팽하다. 산사의 아침이 이렇게 눈부시다면 언젠가 산사로 가야 하리라. 그런데,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욕망과 분노와 피로로 뒤덮이게 한 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