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비관론따라 '마이너스 베팅'하면 증시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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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비관론따라 '마이너스 베팅'하면 증시 악순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최근 들어 우리 경제 안에서 또다시 비관론이 판치고 있다. '미네르바 효과,한국 부동산 대폭락설,한국 증시 좀비론,한국 경제 복합불황과 잃어버린 10년설' 등이 그것이다.
우리처럼 위기를 경험한 나라에서 최근 고개를 드는 각종 위기론의 실체를 평가하는 데는 흔히 '위기 3단계론'을 적용한다. 한 나라의 위기는 유동성에 금이 가면서 시작된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나라에선 금융시스템 위기로 비화된다. 돈을 공급해 주는데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우리는 외환위기 초기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 선호정책으로 다른 위기국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외화유동성 확보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경제 내부에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불식될 수 있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유동성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 위기를 치유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재평가,이분법적 사고에 따른 잦은 정책변경,정부 혹은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경제주체들의 이기주의 등으로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외환위기 이전만큼 활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대내외 평가기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될수록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적인 요인들이 커지는 대신 경제주체들은 위기 불감증에 따라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경제여건이 뒤따르지 않는 고평가 요인들이 특정 사건(예:글로벌 금융위기)을 계기로 차익 실현으로 연결돼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경우 그동안 극복했다고 보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정형화된 '위기 재귀설(Crisis Reflexibility)'로 모기지 사태 이후 우리가 해당된다.
또 경제주체들은 '마이너스(―) 베팅'에 열을 올린다. 마이너스 베팅이란 위기론에 돈을 거는 행위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대해 선물매도에 나서고,기업들은 추가 환율 상승을 겨냥해 달러 사재기에 바쁘고,은행들은 대출금 회수에 열을 올린다. 어떻게 보면 위기 때 각자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 될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로는 악이 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함정에 빠지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결국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바로 각종 위기설이 판치는 것은 '통계 수치상의 위기'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운용 체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 시스템상의 위기'에 연유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에서는 먼저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경제주체들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국민이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동안 정책당국이 국민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올바르게 국정을 운영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국민이 부응하지 않을 경우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또 다른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정책의 악순환'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공익을 위하여) 정신'을 발휘해 사익과 국익이 일치하는 정책을 내놓는 동시에 일단 이런 정책이 결정돼 추진될 경우 국민도 정부가 의도한 소기의 효과가 최대한 나타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해줘야 한다. 이래야 위기 때마다 고개를 드는 고질적인 비관론과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보다 어두운 미래에 베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최근처럼 시스템이 붕괴되고 상황이 급변하는 시대에 있어 특정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 국민 모두의 '집단지성'을 구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나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주연이 되는 '매니지먼트-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해 '공공선'을 지향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최선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우리처럼 위기를 경험한 나라에서 최근 고개를 드는 각종 위기론의 실체를 평가하는 데는 흔히 '위기 3단계론'을 적용한다. 한 나라의 위기는 유동성에 금이 가면서 시작된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담보관행이 일반화된 나라에선 금융시스템 위기로 비화된다. 돈을 공급해 주는데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우리는 외환위기 초기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 선호정책으로 다른 위기국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외화유동성 확보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경제 내부에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불식될 수 있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유동성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 위기를 치유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재평가,이분법적 사고에 따른 잦은 정책변경,정부 혹은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경제주체들의 이기주의 등으로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외환위기 이전만큼 활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대내외 평가기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될수록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적인 요인들이 커지는 대신 경제주체들은 위기 불감증에 따라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경제여건이 뒤따르지 않는 고평가 요인들이 특정 사건(예:글로벌 금융위기)을 계기로 차익 실현으로 연결돼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경우 그동안 극복했다고 보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정형화된 '위기 재귀설(Crisis Reflexibility)'로 모기지 사태 이후 우리가 해당된다.
또 경제주체들은 '마이너스(―) 베팅'에 열을 올린다. 마이너스 베팅이란 위기론에 돈을 거는 행위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대해 선물매도에 나서고,기업들은 추가 환율 상승을 겨냥해 달러 사재기에 바쁘고,은행들은 대출금 회수에 열을 올린다. 어떻게 보면 위기 때 각자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 될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로는 악이 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함정에 빠지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결국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바로 각종 위기설이 판치는 것은 '통계 수치상의 위기'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운용 체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 시스템상의 위기'에 연유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에서는 먼저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경제주체들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국민이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동안 정책당국이 국민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올바르게 국정을 운영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국민이 부응하지 않을 경우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또 다른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정책의 악순환'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공익을 위하여) 정신'을 발휘해 사익과 국익이 일치하는 정책을 내놓는 동시에 일단 이런 정책이 결정돼 추진될 경우 국민도 정부가 의도한 소기의 효과가 최대한 나타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해줘야 한다. 이래야 위기 때마다 고개를 드는 고질적인 비관론과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보다 어두운 미래에 베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최근처럼 시스템이 붕괴되고 상황이 급변하는 시대에 있어 특정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 국민 모두의 '집단지성'을 구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나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주연이 되는 '매니지먼트-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해 '공공선'을 지향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최선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