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펀드 판매왕'들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대형 증권사 마케팅 담당 A상무는 요즘 진정서 공세에 시달리느라 골치가 아프다. 지점장 시절이던 지난해 판매한 펀드 때문이다. A상무는 "손실이 큰 일부 고액 투자자들이 전화로 항의하다 못해 진정서까지 써서 회사로 보내는 바람에 곤란해졌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던 펀드 판매실적이 이제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증시 급락으로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 직원들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손해를 본 고객들의 항의에 지친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옮기거나 다른 부서로 전출되는 사례는 흔한 일이다.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는 B부장은 최근 자산운용사 마케팅부서의 경력직에 지원했다. 그는 은행 내 '세일즈왕'도 몇차례 차지할 정도로 펀드 판매실적이 좋았다. 덕분에 인센티브도 두둑하게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증시가 급락하면서 괴로움이 시작됐다. B부장은 "반토막난 펀드 고객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로 따져대는 통에 이직을 결심했다"며 "개인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는 당분간 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회사가 알아서 펀드 판매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C증권사는 최근 1~2년간 펀드를 많이 팔았던 일부 직원들을 지원부서로 배치했다. 손실이 큰 고객들과 마찰이 잦자 판매직원을 아예 후선부서로 '격리시킨'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를 1억원어치 팔면 몇십만원씩 성과급을 받던 시절은 옛일이 돼 버렸다"고 씁쓸해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