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드 안줘 난감했던 일화 소개

"이 정도면 'OK' 아냐?"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38ㆍ나이키골프)가 지난 22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빌딩에서 아시아나항공 우수고객 200명을 대상으로 개최한 강연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벌인 매치플레이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최경주는 2003년 미국 PGA투어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과 프레지던츠컵에서 우즈와 맞붙었다. 경기를 앞두고 "창피만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최경주는 당시 볼을 홀 가까이에 붙였는데도 우즈가 웬만해서는 '컨시드'를 주지 않아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최경주는 "홀에 볼을 잘 붙여 내 승리가 확실했는데도 우즈가 'OK'를 주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래서 최경주는 전반을 끝낸 뒤 컨시드를 달라고 몇 차례 요구(?)했고 그 후부터는 우즈가 '굿(Good)'이라며 컨시드를 주기 시작했다고.

여러 차례 대결을 벌이며 우즈를 지켜본 최경주는 "우즈는 샷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경질을 낸다. 하지만 다음 홀로 넘어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냉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펼쳐졌다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스프링처럼 마음을 비우고 다음 홀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어 있는 잔처럼 마음을 비우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날은 승리하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주는 "어떠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스스로 강해지는 잡초처럼 꿈을 잃지 않고 묵묵히 한 계단 한 계단 본인의 목표를 성취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과 같이 어려운 경제여건과 사회 분위기에서도 꿈과 열정을 잃지 말고 살아가자"고 끝을 맺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